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hyun Meacham Apr 28. 2021

가족북클럽 웃음 마당

함께소리 내어읽으며책 속의웃음 찾기

가족이 함께 앉아서 웃을 수 있는 기회가 요즘 얼마나 될까? 일단 모여 앉아서 무언가를 가족끼리 함께 하는 시간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줄로 알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 앉아서 저녁을 먹는 시간에 물론 하루 지난 얘기를 하면서 함께 소소하게 웃긴 한다. 아니면 지나가다가 방구쟁이 우리 아들 (미안하다 아들 ^^)이 방귀를 크게 뀌면 우리 모두 한번 웃는 정도? 하지만 웃음의 소재들이 별로 신선하지 않다. 우리 가족 북클럽에서 책을 소리 내어 함께 읽다가 마주친 유머러스한 내용에 온 가족이 함께 빵터지던 것들에 비교해서 하는 말이다. 가족 북클럽에서 온 가족이 책 내용 때문에 함께 웃게 되는 것은 우리 모두가 매일 저녁 가족 북클럽 시간을 기다리게 하는데 일조하는 것 같다.


우리 가족 북클럽 시간에 함께 박장대소했던 내용들 중에 몇몇을 뽑아서 다음과 같이 글로 남겨 본다.

크리스타 김밥 (안젤라 안 지음)

이 책은 캐나다에 살고 있는 한국 이민 3세대 여자 아이의 가족 이야기, 친구 이야기, 학교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태껏 우리 가족 북클럽에서 함께 읽었던 책들 중에 개인적으로는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독후감을 쓰려는 것이 이 챕터의 목적이 아니므로 일단 이 글의 소개는 이렇게 간단하게 넘기고 바로 어떤 부분이 우리 가족에게 큰 웃음 주었는지 본론으로 들어간다.

“Mrs. June likes to start each morning by having us do yoga. She says it’s calming and helps us focus. I try to take it seriously, but it’s hard. I don’t like sticking my butt in the air and looking between my legs at my classmates. I try to keep my eyes closed so I don’t giggle. But most of the time, somebody loses it.”
“준 선생님은 아이들이 요가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걸 좋아하신다. 요가가 우리를 침착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집중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나는 나름대로 진지하게 요가를 해보려고 하지만 그게 사실 쉽지 않다. 엉덩이를 하늘로 쳐들고 내 다리 사이로 우리 반 친구들을 보는 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눈을 감아서 웃음을 참으려고 하는데, 우리가 이 요가 자세를 할 때마다 거의 대부분 누군가는 웃음을 터트린다.”


엉덩이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가? 요가에서 다운독 자세를 할 때인 것 같은데, 이 부분에서 만열살 딸, 만 여덟 살 아들이 너무 좋아하며 크게 웃었다. 많은 아이들이 엉덩이 혹은 똥 이야기가 나오면 흥분하고 좋아한다. 많은 경우 유치원, 어린이집, 학교에서는 금기시되는 주제이다. “우리 선생님이 똥얘기 하지 말라고 했어.” 우리 아이들이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 종종 듣던 말이다. 재미있긴 한데 한번 웃다 보면 아이들이 흥분하고 교실 분위기 통제가 안되니 일단은 금지를 시키는 거겠지. 우리 집은 교실이 아니니까 ^^ 맘껏 웃게 하고 엄마 아빠도 함께 웃는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이 어릴 때, 아이들이 좋아해서 수백 번 읽어주었던 책들 중 공룡똥 책, 그리고 고미 다로의 “Everyone Poops” (누구나 눈다) 책이 있다. 이젠 좀 컸지만 이런 내용 계속 좋아하고 웃게 만들어 주니 반갑고 감사하다. 우리 아이들도 학교에서 요가를 가끔 한다고 한다. 이런 진지한 순간에 더더욱 웃을 거리를 찾고 싶은 게 아이들 심리랄까. 공감이 크게 되었을 것 같다. 아이들과 한번 크게 웃으면서 아이들 학교 생활 얘기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또띠야 썬 (제니퍼 세르반테스 지음)

이 책은 이지라는 아이가 잠시 뉴멕시코의 외할머니 댁에서 지내는 동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지의 엄마는 잠시 박사과정 연구를 위해 이지와 떨어져 있는데, 그동안 이지가 알 수 없었던 돌아가신 아빠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이 줄거리의 메인 내용과는 약간은 거리가 있을 수 있는 내용인데, 우리 가족이 빵터지게 웃었던 순간이 있다. 이지가 할머니 사시는 동네에서 새 친구 매기와 매기의 개냥이를 처음 만나는 순간을 묘사한 대목이었다.

매기가 자기의 회색 개를 찾고 있다고 했는데 그 이름이 “프리다”라고 했다.

“I really have to find Frida. Can you help me?” (“프리다를 찾아야 해. 도와줘.”)

이 부분을 읽던 아들이 갑자기 얼굴을 들고 “프리다? … 깔로?” 한다.

나와 남편과 딸은 웃으며 프리다는 워낙 스페인어 이름이라고 했다. 무슨 개가 유명한 미술가 프리다 깔로와 관련이 있겠냐며 말이다. 아들은 다시 계속 소리 내어 읽어 내려갔고 우리 셋은 글을 계속 눈으로 따라 내려가다가 다음 부분에서 놀람을 금치 못했다.

We finally found Frida stretched on her back under a tree, her gray whiskers reaching toward the sky. I had spent ten minutes looking for Frida the Dog, only to find out that Frida was a cat-a hazy gray cat with a dark patch of fur across the top of her eyes like she had one long eyebrow. Gip later told me they had named her after the famous Mexican artist, Frida Kahlo, who had the same unibrow. She even showed me a picture: “Do you see the likeness?” she’d asked. (p.53)
우리는 마침내 나무 아래서 기지개를 켜고 있는 프리다를 찾았고, 프리다의 회색 수염이 하늘을 향해 뻗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프리다가 개라고 생각하며 십 분을 찾아 헤매고 있었는데, 결국 프리다가 고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프리다는 희뿌연 회색 고양이인데 눈두덩이를 가로지르는 부분에 어두운 얼룩이 있고 일자눈썹을 가지고 있다. Gip이 나중에 말해주었는데 프리다가 멕시코의 유명한 미술가 프리다 칼로와 비슷하게 일자눈썹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프리다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매기는 프리다 깔로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똑같이 생겼지?” 한다. (p.53)


우리는 “와우 지미!” 를 외쳤고, 지미는 “내 말이 맞았지?” 하면서 으스댄다. 내가 연구하는 과정에서 모아서 분석했던 프리다 깔로에 관한 그림책들을 네 권이나 아이들과 함께 읽었는데 좀 영향이 있었던 듯하다. ^^ 그러고 나서는 아이들은 바로 웃을 기회를 만든다. “일자눈썹을 가진 고양이? ㅎㅎ 진짜 재밌다.” “프리다 깔로랑 똑같이 생겼대. ㅎㅎ” 아이들이 시원하게 웃으니 엄마와 아빠도 함께 웃는다. 이 책의 다른 부분에서도 프리다를 묘사하면서 고양이이지만 강아지와 비슷한 부분들을 그리는데, 우리 집에도 개냥이 한 마리 키우고 있는지라 공감 많이 하며 함께 웃을 수 있어서 좋았다.


위의 두 내용들은 유머에 초점을 둔 책들이나 티브이의 코미디 혹은 개그 쇼에 나오는 얘기들과는 다르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경험할만한 것들을 담담하게 쓴 책의 일부분인데, 우리 가족이 함께 소리 내어 읽는 과정에서 작은 웃음으로 큰 웃음으로 증폭되는 것 같았다. 이런 경험이 계속 쌓여서 우리가 매일 저녁 함께 하는 가족북클럽에 대한 좋은 느낌을 가지고 지속할 수 있게 되는 게 아닐까? 다른 가족들도 우리처럼 가족북클럽 하며 함께 웃는 시간을 많이 가지실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들책 네권씩 산다. 우리가족북클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