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시인 수필가 이성두 Jul 2. 2025
이성두︱시인᠊수필가
아픈 여자는 잠만 잡니다
때마다 소리라도 흔들어야 겨우 죽이나 먹지만
강제하지 않으면 침묵하고 맙니다
몇 년 동안 어색도 익숙해져
만 잠의 끝은 외롭기만 합니다
시도 때도 없는 홑잠은 더 그렇습니다
이사 온 날부터 방은 고요의 영역입니다
지난해 팔공에 쌓인 낙엽처럼
지난해 설악에 쌓인 눈처럼
숫눈 내린 방입니다
소리가 외로울까 거실 한자리 굳힌 채
세 해가 넘어도 아직도
방까지 오지 못하고 그 자리 그대로입니다
식히지 못한 가슴은 눈치마저도 굳었습니다
거기서 여기까지가
그토록 머나먼 길인가 봅니다
눈을 껌뻑이는 불빛은 기대한 율동이 없다고
간혹, 실망스럽게
꺼벙한 눈만 껌벅거릴 뿐입니다
몇 발짝 되지도 않는 이 거리가 그리도 멀기만 한지
외로운 침상은 몸부림도 없고
숨도 못 쉬는 침묵뿐이라
행여 쫓겨날까나 눈치만 살핍니다
어둠이 아름다운 밤,
은은한 불빛만 붙잡아놓아도 온몸이 붉은 침묵
끌어안고 살망스럽게 뒹구는 그런 날
폭닥폭닥 먼지가 나도록 짓뭉개는
소란이 가득한 기약 없는 그날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