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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미미 Mar 21. 2022

자원으로 삼아 일하고 춤추기

몸으로 배운 힐링의 기술(1)

몸으로 배운 힐링의 기술(1) <상대의 느낌(을 표현한 무엇)을 나의 자원으로 삼아 춤추기>

내가 그린 그림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와 다른 새로운 느낌이나 표현을 만날 수 있다. 지도 없는 여행지를 걷는 듯 춤추다 보면 낯선 움직임으로 느낌을 표현하는 스스로를 만난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재미있고, 그럴 수 있는 스스로에 자신감이 생긴다.


낯선 움직임으로 공간을 헤집으니 재미있었다. 앞으로 걸으며 오른 팔꿈치를 굽혔다가 폈다가, 바닥에 옆통수와 옆구리를 붙인 후 무릅을 구부렸다 폈다가- 내 몸에 움직일 수 있는 부위와 방향이 이렇게 다양하다니. 뒤집기 성공 후 기어가기에 나선 신생아처럼 두근거렸다.


인류의 조상은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몸으로 진화한 후 어떤 느낌이었을까. 아마 지금의 나처럼 놀랍고, 재미나고, 신기했겠지. 이 상상과 움직임과 즐거움은 조금 전 본 그림에서 나왔다. 깊히 보고, 깊히 느꼈다.


사람 다리 형태에 돋아난 선에서, 부르르 떨어대는 방황을.

초록 잎을 채우는 푸른색의 수직 선에서, 위아래 진동을.


그림의 주인은 나와 함께 춤의학교에서 힐링커뮤니티댄스 1급 지도자 수업을 듣는 선생님 두 분이었다. 각자 자신들이 삼십여분 전 춤을 추며 받은 느낌이나 관찰한 것을 도화지에 옮겼다. 나는 그 그림을 내 '자원으로 삼아' 깊히 보고, 느끼고, 움직였다.


‘자원으로 삼다’는 말을 좋아한다. 다른 사람의 그림은 나의 춤을 생성하는데 활용됐다. 결과물을 공유하고 창조의 재료로 되살리는 말. 처음 들었을 때를 떠올리니 벌써 4년 전이다.


몸과 맘이 힘든 시기에 힐링커뮤니티댄스를 만났다. 그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 ‘이 좋은 걸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 이 춤을 가르치는 <춤의학교>에 열심히 나갔다. '자원으로 삼다'는 말 이외에도 여러 가지 좋은 경험을 얻었다. 자격증을 딴 후 강사로서의 길을 시작하는가 싶었는데, 운명인지 우연인지 춤과는 관련 없는 회사에 취직했다.


3년 간 조직생활 중 ‘자원으로 삼는다’는 말과 태도는 나의 버팀목이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해도, 내 자원으로 받아들이자. 나의 성장으로 연결되어 맡은 역할과 책임을 다 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많은 일과 시간이 지나갔다. 다행히도, 취직 당시 생각처럼 나는 다시 <춤의학교> 커뮤니티로 돌아와 춤을 추고 있다.


‘자원으로 삼기’, 상대가 공유한 것을 깊히 보고, 그 과정에서 얻은 느낌을 내 몸에 받아들이기. 이게 가능하려면, 받아들이는 내 몸이 이완되어 있어야 한다. 이완된 몸으로 움직임을 시작하면 그 이후는 미리 계획하지 않아도 알아서 몸이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 보지 못한 낯선 움직임이 나타나는 거겠지. 머리로 지시하지 않았지만 어떤 움직임을 향한 욕구가 생긴다. 움직이다보면 입꼬리가 길어지며 저절로 웃음이 터진다.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다니.


움직이는 몸에 주의를 내맡기면 몸은 알아서 움직였다. 생각하거나 계획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움직임이 이어진다. 느낌은 움직이게 하고 움직임은 춤이 된다. 춤의 속도를 조금씩 줄인 후 멈춤을 음미했다. 시간이 과거로 사라지기 전에 내 몸에 남은 느낌과 깨달음을 천천히 맛보았다.


내가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낯선 방향으로 걷고 낮은 시선으로 올려다볼 수 있는 몸을 가진 사람이구나. 잔잔한 자신감이 몸을 채운다.




글에 나온 힐링커뮤니티댄스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춤의학교> sns의 워크샵 정보를 찾아보길 추천한다.

춤의학교 네이버카페 https://cafe.naver.com/tanhacommunity

춤의학교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bogyeolchum/

춤의학교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bogyeol_ch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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