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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J May 12. 2024

30대, 여전히 모르는게 많아요(2)

이 시대 진정한 권력자, 은행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 알록달록한 간판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이 시대의 진정한 권력자


은행


그 앞을 지나다니며, 적금이자율만 눈을 흘겨 살펴보았던 나는 

적금, 예금통장을 만들러 개인예적금 창구만 가던 나는

돈 맡겨놓으면 짭짤하게나마 이자도 챙겨주며 친절했던 은행은


30대가 지나서야, 서로의 진면목을 알아보게되었다.




예쁘고 잘생긴 연예인들의 CF 뒤에 숨어있던 자본주의 대장


늘 곁에서 힘이 되고, 비가 오면 우산 씌워주고. 도움이 필요하면 나서서 도와준다던 그들.

그짓말 하고 있네.


" ( 안정적인 직장이 있고, 갚을 능력이 되고, 소득이 높으면 더 좋고, 금리 높은 대출상품을 이용하려 한다면) 늘 곁에서 힘이 되고, 비가 오면 우산 씌워주고. 도움이 필요하면 나서서 도와줄게" 였다.





" 돈, 2천만원 없어요? "


나라에서 중소기업청년들 알뜰하게 대출받으라고 상품을 만들어주었다. 중소기업청년대출.

금리는 1.5 %, 최대대출한도는 1억, HUG 보증보험가입 필수, 사고나면 HUG에서 은행으로 갚아주고 

HUG가 집주인에게 채무변상을 요구하는 시스템이다. 

이거 완전 개꿀이잖아.


그래서 이 상품을 이용하기 위해 불나게 뛰어다녔다. 그런데 세상은 종이위에 글자로 대변되지 않았다.

이 상품은 은행에서 기피했고 취급하는 지점을 찾는 것이 힘들었다.

그리고 이 상품을 받아주는 지점의 행원을 만나는 것도 쉽지않았다. 

대놓고 귀찮은 티 내는 행원도 있었고 갖가지 이유들며 받아주지 않은 행원도 있었다. 그 중에 최고는


" 이거 보증금 100% 대출말고 80%대출도 있는데 왜 이렇게 100%만 이용하려고 하세요? 

돈 2천만원 없어요? "


부아가 목구멍까지 치민다는게 이런말일까? 


나라에서 청년들 쓰라고 만들어놓은 상품 쓰겠다는데, 

왜 이딴 소리까지 들어야하는지 화가 치밀어 은행애 컴플레인 걸까 생각했지만, 

다가오는 이사날짜에 다른 은행찾고 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 정색하는 표정으로 끝냈다.  

돌아오는 길에 입에서는 쌍욕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내 다른 생각도 들었다. 

늦게나마 자본주의를 깨달았고 그 시스템안에서 내가 발휘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겠다는 것을. 

내 능력이 이정도니까 감수해야지 같은 바보 같은 결론 말고, 


' 잘 살아라, 그게 최고의 복수다 ' 를 실현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대출승인 받았다.


행원도, 대출상품의 규정을 잘 몰랐기에 인터넷 찾아가며, 뒤져가며 상품을 공부했고

규정에 맞는 상품을 찾아 가심사를 받고

착한 집주인을 만나 계약을 하고 대출승인 받고 이사를 했다.


" 가심사 여러번 해줬는데, 또 해달라고요? 좀 너무한데... "

" 부탁드릴게요. "


' 니가 저번에 대출 승인 된다고 한 집, 

찾아보니까 HUG 보증서 발급안되는 집이었단 말이야. 이제 나만 믿을 거야 '



이 세상 믿을 건 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오늘도 독하게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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