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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가J May 18. 2024

나잇값? 어쩌라고. 그냥 울거야

울음의 의미


" 세상이 저를 왜 이렇게 억까할까요? "

" 억까하는게 아니야. 다 이유가 있는 거야. "


날씨가 기가 막히게 화창한 3월의 어느 날. 하지만 내 마음 속에는 안개가 가득 차 있었다.  보이지 않는 손들이 나의 발을 잡고 늘어지며 마지막 발짝을 내딛지 못하게 막고 있는 같았다. 학생들에게는 툭 내뱉었던 말이지만 나는 정작 세상의 '억까', 그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 남들은 척척 해내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산 넘어 산인 걸까? '

' 나는 왜 이럴까? 얼마나 더 불안하고 힘들어야 할까? ' 


억울함과 서러움 가득한 마음으로 길을 걷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다 던져버리고 이불을 덮고 단잠에라도 빠지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현생이다. 약속장소에 도착하기 전 억지로 어깨를 펴고 씩씩하게 걷는 모양새를 내며 복잡한 내 마음을 숨겼다. 


곧이어 도착한 언제와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 나의 첫 책이 만들어진 출판사. 1년을 늘 같은 모습으로 환하게 맞아주는 작가님이 걸어나오셨다. 커피 한 잔으로 숨을 돌리는 동안, 작가님이 들고나오셨다. 나의 오랜 꿈. 나의 책.




2017년 한창 푸르고 설레임의 연속이었던 150일의 세계일주. 표지의 환한 하늘은 티끌없이 깨끗했고 그 아래 나는 세상 무서울 것 없는 표정으로 당당하게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음 속에는 이루고 싶은 꿈이 가득했고 어떤 고난이 와도 다 이겨내리라 자신감과 대담함이 가득했다. 2024년의 나는 사진 속의 자신을 이 세상인 듯, 이 세상 아닌 듯, 이상향의 어디 꿈 속 세상을 보듯 바라보았다. 울컥울컥 마음 속에서 올라왔지만 꾸역꾸역 참고 대표님과 대화를 주고 받았다. 


" 요즘 어떻게 지내셨어요? 잘 지냈어요? "


나이가 들어갈 수록 가면이 두터워진다. 감정도 숨겨야하고 약한 점도 숨겨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나잇값에 반기를 들기도 한다. 그 순간에 그랬다. 참아왔던 억울함과 서러움이 밀려들었고 결국 울음이 터졌다. '억까'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고단함, 서러움, 불안함, 찬란했던 과거를 마주한 뒤 밀려오는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 그렇게 한 동안의 시간이 흘렀다.  


" 저는 왜 이렇게 힘들까요? 남들은 쉽게 척척 하는 것 같은데 "

" 제가 보기에 지윤님은 뭘 해도 어떻게든 해낼 사람이에요. 뭘 해도 될 것 같아요. 지금 마지막 걸음을 앞두고 있는데, 다 됐어요. 결국엔 해냈어요. 포기하지 않았잖아요. 힘들게라고 해냈잖아요."


자책하는 물음만 가득했던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온 한마디에 폭풍우 너머 고요한 하늘로 시선을 향했다. 


' 나는 왜 '힘들게' 해낼까? '


이제는


' 나는 어떻게든 '해낸' 사람이다. '

 

퉁퉁 부은 눈으로, 출판사를 나서는 순간. 나를 짓누르던 수 많은 질문들에 나는 답을 할 수 있었다. 


지금 내가 겪는 일은 누구나 겪는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둘로 나뉜다. 그 누구나 겪는 일을 해내는 사람과 포기하는 사람. 나는 어떻게든 해내는 사람이다. 대기업에 다니지도 않고, 화려한 스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부자도 아니지만, 그렇게 슈퍼슈퍼을로 살아가고 있지만, 나는 그래도 꿋꿋이 하고 싶은 걸 해내며 살아가고 있다. 


나를 제대로 볼 줄 아는 힘. 그게 나잇값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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