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어떻게 돼 가? 그 사람이랑? "
" 안 맞는 것 같아서 정리했어. "
" 세상에 100% 다 맞는 사람이 어딨어. 맞춰가면서 사는거지. 나이도 있는데 '그냥' 결혼하지 그랬어 "
30대인 내가, 상대방과 맞고 안 맞고를 논하기에는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는 말 한마디.
비수가 날아와 가슴에 턱! 하니 꽂힌다.
결혼, 출산, 교육, 노후대비 등등 해나가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출발선에서부터 조금씩 뒤처지고 있기에,
사회적인 시선도 충분히 이제는 한 마디 해도 된다는 시기이기에,
비수가 사방에서 날아온다.
아예 비혼주의를 선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제도에 대해, 그리고 사람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항상 옆에 누군가가 있어준다는 것. 생각해보면 꽤 로맨틱하지만 그 외에 줄줄이 소세지로 딸려오는 것들이 부담스럽다. 조급함에 못 이겨, 선뜻 발을 내디디기에는 골치아픈 것들이, 주위의 이야기를 듣고 데이터가 쌓여있다. 결혼 후, 사랑하는 그녀가 아닌, 자신을 케어해주는 존재로만 대하며 확 돌변해버린 그. 이상하게 꾸미고 나가는 날이 많아지더니 결국 다른 남자와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들킨 그녀. 자식을 정신적으로 독립시키지 못한 부모, 부모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해 자신의 가정을 부모의 품 안에 종속시키는 자녀. 집으로 돌아와 여유롭게 뜯는 맥주 한 잔이 그렇게 평안할 수 없었다.
행복이 넘쳐나는 가정도 있다. '사랑'하는 상대방을 위해 양보하고 배려하는 끊임없는 연습의 결과물일 것이다.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일상의 모든 것을 공유한다는 것은 꽤 큰 도전이다. 거기에 새로운 생명체까지 등장하게 되면 삶을 새로 뜯어고쳐야 할 판이다. 그 혼란스러움과 끝없는 도전을 엄청난 책임감과 꽤 멋진 어른스러움으로 중무장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육아하느라 지친 그녀를 위해 서프라이즈로 호캉스를 선물해주는 남편, 가장의 무게를 지고 꿋꿋이 살아가는 그를 위해 몰래 몰래 조금씩 모은 푼돈으로 선물을 해주는 아내. 여전히 서로에게 다정히 이름을 불러주며 한 손으로는 배우자의 손을 잡고 한 손으로는 올망졸망 눈을 뜬 자신을 품에 안은 그와 그녀. 혼자 살고 있는 이 오피스텔이 괜히 넓어보이고 쓸쓸해 보인다. 쌓여있는 맥주 캔이 괜히 애처러워보이기도 한다.
함께 해서 행복할 수도 있고, 함께 해서 불행할 수도 있다.
행복할지, 불행할지 살아보지 않았기에 모르지만, 나는 늘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내 일상이 완벽하지는 않을지언정 '얼른' 바꿔야하는 상태는 아니야.
누군가와 함께 해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나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어야 해.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멋스러운 어른이 되고 싶다. 그래서 힘이 들 때 도움을 건네 줄 수 있는 능력도 갖추어야 해.
한 평생 뜨겁게는 아니더라도 따뜻하게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해.
" '그냥' 결혼하지 그랬어 "
" 사람고르는데 '그냥'이 어딨어, 몇 십년을 같이 살 사람인데 까탈스럽게 골라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