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온 Dec 05. 2022

점주의 크리스마스는 암울하기만 하다

SPC

벌써 한 해가 지나갔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각종 회사와 가게마다 연말 이벤트를 진행하기 시작한다. 이른바 연말 대목,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온 것이다. 이때가 되면 괴로움도 기쁨도 모두 추억으로 포장할 수 있으니 사람들은 마치 올해가 마냥 행복했던 것처럼 억울한 마음과 쓸쓸한 기억마저 술에 취해 웃어넘긴다.


그러나 올해는 우리의 세상 속에 많은 청춘들이 사그라들어갔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되겠지. 지방자치단체에 놀거리가 없고 청년들의 에너지를 감당할 곳이 없으니 서울로 왔다 큰 참변을 당한 이들도, 그저 열심히 일을 하다 쇳덩어리 기계에 생명을 빼앗긴 그도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이니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분노를 이해한다. 정부를 향해 소리치고, SPC라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이어가고…


나도 나름의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포켓몬빵은 되도록 보지도 않고 지나치고, 맛나 보이는 호빵도 SPC라는 상표가 보이면 주춤하며 내려놓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분들도 여간 다르지는 않으실 거라 생각한다.


그래, 그렇게 불매운동을 해서 우리의 마음은 많이 따뜻해졌는가? 사실 잘 모르겠다. 여전히 마음 한편이 찝찝하다. 물론 포켓몬 빵 같은 SPC 본사로 직접적인 수익이 향하는 빵은 불매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나 이전과 달리 파리만 날리는 파리바게트 매장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매출이 30-50%가 줄었다는 기사와 직원 월급도 안 나온다는 글을 보았을 때 그 불편함을 잊을 수가 없다. 파리바게트의 아르바이트생은 대부분 청년일 텐데, 결국 아무런 잘못도 없는 점주의 가정과 거기서 일하는 청년들의 일자리도 위태해진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뭣보다 <저희가 죄송합니다>라는 문장의 파리바게트 점주회가 올린 글을 보다 보면 회사 근처에 파리바게트 사장 아주머니가 생각이 난다. 그 사장님은 늘 친절한 미소로 우리를 상대해주셨는데, 그분도 그런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 생각하니 마음이 꽤 많이 아프다. 그래서 요즘엔 파리바게트가 보이면 고개를 숙이고 지나쳐버리곤 한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빵집에서 정말 중요한 대목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때에도 파리바게트를 불매를 하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이때까지 한 불매를 위안삼아 크리스마스 케이크 정도야 점주 분들을 위해 파리바게트로 찾아도 괜찮은 걸까. (물론 앞으로도 본사가 직영으로 판매하는 빵들은 사지 않겠지만)


내 글을 보시고 점주들의 피해 보상은 본사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기사를 찾아보니 그것이 많이 어렵다고 한다. 손해 입증도 어렵고, 매출 감소의 원인이 본사 탓인지 입증도 어려우며 그리고 특히 발생하지 않은 앞으로의 수익을 보상받기란… 그 사이 점주들의 애환은 더더욱 고달파지지 않겠나.


겨우 케이크 하나가  이렇게 많은 생명을 아프게 하나. 마음이  불편하다.

작가의 이전글 우린 결국 괴물에게 아이들을 맡겨버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