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난필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석준 Jul 06. 2023

소비패턴

난필. 24

하루가 엉망이 되는 게 두렵기보다,

내가 엉망이 되는 것이 두렵다.

망가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 조용한 위화감에 나를 서서히 잃어 가는 것.


가시밭길도 별거 아니라 생각했는데,

그 위를 걷는 것보다 아픈 건.

밝게 웃는 일,

발아래 피 흘리는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마음이 큰 게 짐이더라,

내가 더 아파하면 된다 생각했는데,

너무 아픈 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섬에서 혼자 쓸쓸히 말라가는 기분.

마음이 작았다면 덜 힘들고, 덜 아팠겠지.

큰마음과 작은 마음 중,

나쁜 건.


마음을 덜어내야 해결되는 문제라면, 덜어내는 편이 정답이겠지.

외로움이 나 혼자의 문제라면, 혼자 외로운 것이 정답이겠지.

안 그래도 힘든 마음에 짐 들게 하는 건 너무 아픈 일이지.


어른스러워지는 게 이렇게 힘든데.

언제나 적당한 게 맞는 건데,

늘 문제가 되는

무분별한 내 마음의 소비패턴.




당분간 시간이 내 편이었으면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은 생각보다 멀리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