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필. 24
하루가 엉망이 되는 게 두렵기보다,
내가 엉망이 되는 것이 두렵다.
망가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 조용한 위화감에 나를 서서히 잃어 가는 것.
가시밭길도 별거 아니라 생각했는데,
그 위를 걷는 것보다 아픈 건.
밝게 웃는 일,
발아래 피 흘리는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마음이 큰 게 짐이더라,
내가 더 아파하면 된다 생각했는데,
너무 아픈 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섬에서 혼자 쓸쓸히 말라가는 기분.
마음이 작았다면 덜 힘들고, 덜 아팠겠지.
큰마음과 작은 마음 중,
나쁜 건.
마음을 덜어내야 해결되는 문제라면, 덜어내는 편이 정답이겠지.
외로움이 나 혼자의 문제라면, 혼자 외로운 것이 정답이겠지.
안 그래도 힘든 마음에 짐 들게 하는 건 너무 아픈 일이지.
어른스러워지는 게 이렇게 힘든데.
언제나 적당한 게 맞는 건데,
늘 문제가 되는
무분별한 내 마음의 소비패턴.
당분간 시간이 내 편이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