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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스 Aug 25. 2023

밭에 왜 개를 묶어 놓나요?

시골의 개들

시골에 가면 밭에 묶여 있는 개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때론 비를 피할 공간도, 뜨거운 태양 빛을 피할 공간도 없는 곳에 묶여 있다. 이들은 주로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서 그곳에 묶인다. 멧돼지나 고라니는 개가 있으면 밭으로 잘 오지 않기 때문이다. 개는 사실 늑대와 같은 종이기 때문일 것이다. 늑대가 인간과 친해진 대가는 가혹하다. 자연을 누비며 멋지게 사냥하던 늑대는 쇠사슬에 묶여 고라니와 멧돼지를 쫓는다.



필자의 밭에도 고라니가 와서 축제를 열었었다. 토마토 빼고 모든 것을 맛있게 먹고 갔다. 우스갯소리로 “내가 고라니한테 뷔페를 만들어줬네 ㅎㅎ”이라고 했다. 고민을 많이 해 보았지만, 딱히 고라니를 못 오게 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아마도 가장 좋은 방법은 밭 바로 앞에 사는 것이다. 사람이 있는 공간에는 고라니나 멧돼지가 잘 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적으로 밭에 집을 지을 수는 없었다. 그냥 고라니가 먹고 남은 것을 수확하며 살았다.


근본적 문제는 자연에 고라니나 멧돼지를 사냥하는 존재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생태계 시스템 안에서 멧돼지와 고라니의 개체수가 조절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생태계는 조절 능력을 잃었다. 예를 들어 특정 벌레가 한 지역에 많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그 벌레를 먹는 포식자가 모인다. 그래서 특정 벌레가 심각하게 많아질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한 생명이 폭증했다는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생태계 시스템이 망가져서 발생하는 문제를, 고라니와 멧돼지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되며, 개의 노동력 착취로 해결해서도 안 된다.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을 때 망가진 우리의 생태계를 애도하자.


어떻게 하면 고라니와 멧돼지의 포식자가 밭을 지켜줄 수 있을까? 쇠사슬로 묶어두지 않아도 밭에 포식자가 머무를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 함께 고민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은 달에도 갔고 수많은 탐사선을 우주로 보내기도 했다. 오만일 수 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글쓴이: 누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고 생명과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시민단체 직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호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방랑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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