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가장 비건 친화적인 도시 1위는 타이베이!
올해 두 차례나 대만에 다녀왔다. 2월과 9월에 다녀왔으며 각각 2주씩이나 되는 여행이었다. 대만에 무엇이 있기에, 한 해에 2번, 2주씩이나 갈 정도로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련다.
“대만은 비건 채식 여행의 성지입니다!”
실제로 PETA ASIA에서는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를 아시아에서 가장 비건 친화적인 도시 열 곳 중 1위로 선정한 바 있다. 무려 1위라니, 비건 여행자로서 대만에 애정을 안 가질 수가 없다! 2010년 대만 ITIS(Industry&Technology Intelligence Service) 보고서에 따르면 대만의 채식 인구는 약 200만 명이라고 한다.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며, 종교적인 이유 등으로 비정기적으로 채식하는 인구까지 포함하면 대만의 채식 인구수는 약 50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는 다른 나라보다 현저히 높은 수치다. 통계가 이루어진 2010년으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은 환경이나 동물권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채식 인구가 더 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대만의 채식 인구는 왜 이렇게 높은 것일까? 종교적인 영향이 절대적으로 크다. 대만 전체 국민의 70%가 도교(33%)와 불교(35%) 신자인데 알다시피 두 종교의 교리는 육식과 거리가 멀다. 불교는 불살생, 즉 생명 존중을 강조하는 종교로 유명하다.(물론 현대의 많은 불자들이 이 교리를 따르는지는 의문이지만.) 도교 신자는 간소한 생활 방식을 추구하기 때문에 채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종교적 바탕으로 자연스레 대만의 채식 인구는 많을 수밖에 없고, 이는 대만의 식생활은 물론 식이소수자를 대하는 문화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채식주의자가 많으니 채식당이 많은 것은 당연하고, 채식주의자가 유달리 별나다고 여기는 인식도 없다.
그렇다. 대만은 채식주의자의 나라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다. 채식주의자, 그것도 비건이 되고 난 후 방문한 이번 대만 여행에서 그를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편의점에 가도 ‘비건(완전 채식)’을 의미하는 문구(全素: 완전 채식)가 붙어 있는 컵라면, 도시락, 간편 레토르트 식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구글 지도 어플에 ‘vegan’, ‘全素’만 검색해도 서 있는 자리에서 1km 이내로 갈 수 있는 식당들이 수두룩하다. 이 식당들에서는 주 메뉴로 대만 특유의 향신료를 즐길 수 있는 국수류, 덮밥, 훠궈는 물론 다양한 방식으로 두부를 조리한 반찬들을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현지인들도 일상적으로 가는 식당이라 값도 무척이나 저렴한 곳이다. 채식이 일상이나 다름없으니 합리적인 가격으로 부담 없이 비건 채식당에서 배를 불리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에서도 비건 채식을 즐길 수 있다. 백화점에서 꽤 비싼 비건 레스토랑을 방문했는데, 새로운 대체육이나 채소들의 놀라운 활용으로 탄생한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다. 최신 비건 요리의 세련된 맛을 만끽하기에도 대만은 훌륭한 여행지이다.
이즈음에서 대만에서 먹은 비건식들을 자랑해 보겠다. 스크롤 압박 주의!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남녀노소직업 불문하고 모두가 비건 채식당을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업무 미팅을 하는 직장인들도, 방과 후 끼리끼리 모인 학생들도, 중년 남성들도 채식당에서 어색함 없이 식사를 함께하고 있었다. 대만에서 채식주의자 혹은 비건으로 살아가는 것에 따르는 큰 불편함은 없어 보인다. 이처럼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든 채식 문화. 그렇다면 대만의 동물권 인식은 어떨까? 대만에서 만난 동물권 활동가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채식 인구가 많으니 당연히 동물권 인식도 높다고 생각한 나로선 의외의 답변을 들었다.
“채식하기는 쉽지만, 동물권 인식은 낮고 큰 관심도 부족한 실정이야.”
친구의 답변을 들으니, 종교적이거나 문화적 이유에 국한된 채식 식생활만으로는 동물권을 보장하는 사회를 이끄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종교적 교리로서의 채식은 자연스럽지만 동물을 하나의 권리의 주체로 보는 관점은 아직 낯선 것이다. 실제로 대만의 흔한 채식당에서 완전 채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여전히 소젖(우유)과 닭알(계란)을 사용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소젖과 닭알을 섭취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동물을 죽이지 않기 때문에 종교적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공장식 축산에서 소젖과 닭알이 생산되는 과정을 마주하면, 부분 채식(나는 단계적 육식이라고도 칭한다) 생활도 동물을 죽이는 것과 다름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육식주의자가 여전히 주류를 이루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채식 식생활은 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취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vegan’은 단어 자체에 동물 착취를 지양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러나 대만의 ‘全素’는 글자 그대로 ‘완전 채식’을 의미한다. 완전 채식 식생활이 하나의 정치적 행동이 아니라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만 간주될 때 동물권적 관점이나 행동이 뚜렷이 부각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식주의자가 많다고 무조건 동물권을 보장하는 이가 많은 것은 아님을 깨달았다. 하지만 채식 인프라가 이렇게 잘 형성된 나라일수록 채식주의자가 되기를 결심하는 일이 쉬운 건 당연하다. 그러니 대만의 동물권 운동이 더 많은 비건 채식주의자를 만드는 데 효과적이라고 확신한다. 앞으로 대만에도 동물권 운동이 활발해지고 동물권 인식이 널리 퍼져 더 많은 채식주의자가 채식은 물론 동물권 보장에도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어쨌든 당신이 비건 채식주의자라면, 여행지로 대만은 꼭 추천한다!
참고자료
https://blog.naver.com/choibo_ok/222630542605
https://www.petaasia.com/living/food/top-10-vegan-friendly-cities-asia/
글쓴이: 토란
책에 파묻혀 사는 비건 퀴어 에코 페미니스트.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며 사랑스러운 존재들과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모든 존재의 평화를 바라며 글을 읽고 쓰고 목소리 내고 있습니다. 현재는 제주 강정마을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평화, 동물권, 페미니즘, 환경, 퀴어 등 온갖 경계를 넘나드며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힘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