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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Jan 18. 2024

초보 스냅 작가의 브랜딩 이야기

온시록 스냅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

 스냅 클래스 1회 차 과정에서 브랜딩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되었다. 강의해 주시는 작가님께서 이전에 읽고 내용이 좋아서 추천해 준 브랜딩 책이 있었다. 네이버, 29CM, 스타일쉐어 등에서 브랜딩 디렉터였던 전우성 저자의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라는 책이었다. 스냅 계정을 만들기 전에, 브랜딩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아야 할 것 같아 동네 도서관에 가서 추천받은 책을 찾았다. 책은 한 손에 들어오는 사이즈로 작고, 내용이 길지 않아 앉은자리에서 끝까지 읽게 되었다.


 어떠한 문장이 딱 생각나진 않지만, 그 책에서 말하고 있던 명확한 이야기는 "브랜딩은 하나의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는 것"이었다. 전달하고자 하는 하나의 메시지를 정하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으로 불리기 원하는지, 나다운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야 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우유부단한 사람이었다. "난 다 좋아" 친구들이 뭐 먹을래? 어디 갈래? 오늘 뭐 할래?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저런 답변을 했던 것 같다. 또한 자주 "이건 어때?" 라며 질문하고 듣는 답들이 내 의견과 맞지 않을 때면, "아무래도 그렇지..?" 하며 의견을 바꿀 때도 많았다. 한마디로 결정장애에 팔랑귀까지 합쳐진 우유부단의 의인화였달까. 스냅 작가를 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는 생각을 바꿨다. 혼자서 일을 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모든 과정에서 나 혼자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내가 누군가의 말에 휘둘리면 안 될 것 같았다. 당장 수입은 없어도 명색의 사장님이 되는 건데 내 브랜드를 이도 저도 아닌 모양새로 만들 수는 없는 일이었다.

 

 스냅 계정을 만들기 전, 가장 먼저 한 일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찾아보는 일이었다. 그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너는 참 따뜻한 사람이야. 현아 같은 사람이 꼭 성공했으면 좋겠어." 중학교 졸업하는 날에 선생님이 포근히 안아주면서 해줬던 말은 내 삶의 방향이 되었다. 나는 따뜻한 사람이고 싶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나로부터 따뜻함이 번지길 바랐다.


 '따뜻한 추억과 따뜻한 사진을 담아내는 작가가 되어야지'


 명확한 하나의 이야기를 가지고 스냅 계정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1. 스냅명 정하기

 스냅 클래스 2회 차 과제에서 스냅명을 정해야 했었는데, 나는 기록하다는 의미의 '록'이라는 글자는 꼭 넣고 싶었다. 글자 자체가 주는 느낌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차근차근 순서대로 채워나가 보기로 했다. -기록이라면, 어떤 기록이 되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해봤고, 사진이라는 건 그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니 '시간의 기록'이 되면 좋을 것 같았다. 때 시, 기록할 록을 넣어 '시록'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그럼 남은 건 하나, 따뜻한 느낌을 주는 한자를 찾는 일만 남게 되었다.

 무작정 '따뜻하다 한자'라는 우스꽝스러운 검색어를 입력했다. 생각보다 '따뜻할 O'인 한자가 꽤 되었다. '따뜻할 난, 따뜻할 훤, 따뜻할 온' 후보는 3개가 되었고 각각 '시록'과 합쳐서 느낌이 어떤지 봤다. '난시록' 어딘가 난중일기 같은 느낌이 들어 탈락, '훤시록' 훤칠한 느낌..? 시원시원한 느낌 아닌가..? 따뜻해 보이지 않아서 탈락, '온시록' 아무래도 '따뜻할 온'은 많이 쓰이는 한자이다 보니 글자에서부터 전해지는 따뜻함이 있었다. 이로써 '온시록' 합격.


온시록 (따뜻할 온, 때 시, 기록할 록)

: 가장 따뜻하고 찬란한 시간의 기록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네이밍을 무사히 끝냈다.


2. 브랜드 로고 이미지 만들기

 브랜딩이란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에서도 '온시록'이라는 이야기를 담아야만 했다. '기록'이라는 단어를 보고 딱 떠오른 이미지가 2개 있었다. 첫 번째는 공책에 연필로 글씨를 쓰고 지운 후, 그 위에 살살살 연필로 다시 색칠하면 흐릿하게 나타나는 글자 자국이었고, 두 번째는 빨간 원고지 테두리와 붓펜으로 쓴 듯한 글씨체였다. 두 가지 모두 감성적이고 마음에 들었지만, 아무래도 전자는 내가 만들 수 없을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 난 디자이너는 아니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후자를 브랜드 이미지로 만들게 되었다.


<더 쉬운 쪽을 택해 만들게 된 온시록 이미지>


3. 스냅사진의 방향성 정하기

 중요한 스냅명과 이미지를 정해서 숨통이 잠깐 틔였는데, 더 중요한 것이 남아있었다. 내가 찍는 사진들에 '가장 따뜻하고 찬란한 시간의 기록'이라는 메시지를 담기 위해선 색감, 구도, 분위기, 피사체의 표정 등 생각해 볼 것들이 많았다. 사진의 색감은 내 취향이 많이 반영되었는데,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색온도를 높게 쓰고 진득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도록 노출이나 색감을 조절해 보면서 사진의 방향을 잡았다. 또한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순간들을 담고 싶어서 촬영을 할 때 최대한 편안하고 즐겁게 분위기를 풀어주고 있다.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확하고 그 방향성을 담아 사진에 표현하다 보니, 겨울에 찍은 사진들도 '포근하다'라고 이야기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브랜딩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내가 전달하고 싶은 하나의 이야기를 꾸준히 전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 3가지는 온시록 인스타그램이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다음 편에서 인스타그램 한 달 만에 팔로워 1,000명 만든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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