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으로 돌아가지 않은 걸 후회하냐구요..?
작년 11월 말, 스냅계정을 오픈하고 올해 1월에 첫 유료 예약을 받았었다. 계정을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초반부터 꽤나 많은 예약들이 있었고, 촬영과 보정을 정신없이 하다 보니 어느덧 1년이 되었다. 작년에 회사를 퇴사하고 이직 준비를 하던 내가, 스냅작가가 아닌 다시 회사로 돌아갔다면 어땠을까? 그럭저럭 잘살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마 큰 확률로 그렇지 못했을 것 같긴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건, '한번 해볼걸'이라는 후회를 평생 했을 것이다.
스냅작가를 해볼까 고민했을 때, 메모장을 켜두고 직장인, 스냅작가의 내 모습에 대해 장단점을 상상해서 써본 적이 있다. 내가 1년 전에 스냅작가 장점에 대해 쓴 내용을 지금 와서 다시 보니, 신기하게도 지금의 나에게 다 해당이 되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과거에 내가 적어본 장점을 그대로 가져와보자면..
[스냅작가 장점]
1. 시간 활용이 자유롭다.
- 예약받을 때 내 스케줄을 고려할 수 있고, 보정하는 시간도 정해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다. 물론 이 부분은 단점(불규칙한 생활패턴 같은?) 또한 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잘 활용해야 한다.
2. 일한 만큼 벌 수 있다.
- 직장에서는 내가 무언가를 더 열심히 한다고 월급이 오르진 않았었다. 스냅작가는 내가 촬영을 많이 하면 그만큼 벌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내가 한 달에 몇 팀 정도를 촬영해야 지치지 않을지 고민하면서 조절해야 한다.
3. 보람되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다.
- 사실 회사를 다닐 때, 나를 제일 괴롭게 했던 것이 '보람, 성취감'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스냅작가를 가장 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였다. 보정본을 드리고 나면 장문으로 따뜻한 메시지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커플 스냅을 찍고 웨딩스냅도 예약하러 오시는 재방문 고객님들도 계신다. 그럴 때마다 여전히 감동이고 감사하다.
4.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 (전자책, 강연, 인스타그램 등등)
- 이 사항은 아직 크게 실천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단 브런치에 글을 종종 쓰고 있기도 하고, 강의 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 지금은 사진작가로서의 경험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파이프라인은 천천히 구축해보려고 한다.
5. 여행을 다니면서 일할 수 있다.
- 이건 진짜 낭만이다. 올해만 내가 좋아하는 부산을 3번 갔는데, 노트북을 들고 가서 보정 작업을 할 수 있고 심지어 2번은 부산 스냅을 오픈해서 촬영도 했었다. 나중에는 해외에서도 촬영을 해보는 것을 생각 중이다.
6. 간지 나는 자기소개를 할 수 있다.
- 이 항목은 쓰면서 좀 웃겼던 기억이 있지만, 요즘엔 간지 나게 자기소개를 하고 있는 듯하다. 사진작가라고 소개하면 대부분 신기해하신다. 그래서 신나게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행복한 요즘이다.
7. 관심이 가는 분야고, 성장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 일을 열정적으로 하려면 그 분야에 아주 작은 관심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심이 있어야 배울 수 있고, 거기서 성장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이 재밌다.
8. 일할 때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 촬영할 때마다 매번 다양한 일화들이 생긴다. 지루할 틈이 없고 에피소드 무한 생성 가능하다.
9.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 나는 원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했는데, 회사에선 다른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스냅작가, 고객님들, 여행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들 등 요즘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10. 배우는 것조차 즐거운 일이 될 것 같다.
-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고, 오히려 먼저 배우고 싶어지는 것 같다. 요즘엔 외국인 고객님들이 종종 예약해 주셔서 촬영 때문에 영어 회화도 배우고 싶어 진다...
신기하게도 1년 전에 상상해서 쓴 장점들이 전부 맞는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때 쓴 단점들 또한 그렇다. 좋은 이야기들 뒤에는 항상 아픔과 고통도 숨겨져 있는 법이니까. 하지만 그것들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행복한 일들이 더 많다. 누군가 나에게 직장인의 삶을 선택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언젠가 후회할지도 모르겠어요. 근데 그건 잠깐.
스냅작가를 해보지 않고 직장인이 되었다면 평생을 후회했을 거예요.
저는 아직도 제가 해온 일들이 다 꿈만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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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크리스마스를 보정으로 다 보낸 지금은 좀.. 서럽.. love..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