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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책 Jun 28. 2023

6월의 수요일 주책방 매출에 관하여

  2023년 6월 28일 수요일 오후 1시. 주책방을 열면서 이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상하게도(?) 올해 6월 매주 수요일 매출이 없었다. 무슨 저주라도 걸린 것인가. 오늘, 6월의 마지막 수요일 주책방의 매출이 어떻게 되려나. 오늘도 0원으로 퇴근하는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매출에 대한 글을 써보자는 다짐을 해보았다. 

    

  오후 1시 22분. <글쓰기의 최전선> 책 재고가 있냐는 전화가 왔고 1시 47분 다시 전화가 와 3시쯤 그 책을 사러 오신다는 손님. 드디어 6월의 수요일 매출 0원은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오후 2시 40분. 입고한 책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커플 손님들의 등장. 바로 계산대로 직행해서 찾으시는 책이 있냐고 여쭤보니 커피 주문하려고 한단다. 카페가 아니라 하니 책만 파는 책방이냐고. 책만 판다 했더니 첫 손님들은 그대로 퇴장. 뭔가 불길한데.     


  오후 2시 43분. 바로 또 손님 등장. 10분 정도 둘러보시더니 세 권의 책을 골라 계산대로 오셨다. <뒤라스의 말>,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치인의 사랑>. 모두 외국 작가들의 책이라 신기해서 말을 걸어 보았다. 한 권 더 고르고 싶었는데 다음에 올 이유를 만들어 둔다는 손님. 6월의 수요일 첫 번째 결제 손님이라 반가운 마음이었는데 말씀까지 더 예쁘게 하셨다. 다행히 수요일의 저주에서 탈출!

  3시 46분. <글쓰기의 최전선>을 사러 오신 손님. 그래. 이렇게 점점 저주에서 탈출해 보자.

  안녕하세요. 크게 인사하며 들어오신 손님께서 <화가 나서 그랬어> <곰돌이 팬티> <엄마가 너에 대해 책을 쓴다면> 그림책 세 권과 <은엉겅퀴> 시집 한 권을 골라 계산대로 오셨다. 책을 추천받고 싶다고 하셔서 좋아하는 작가님을 여쭤보니 다 좋아한다고. 대신 육아를 하고 있어 가볍게 읽을 에세이를 원하셨다. 김혼비 작가님의 <다정소감>을 추천했더니 신작인 황선우 작가님과 함께 쓴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도 함께 고르셨고 김하나 작가님의 팬이라며 <빅토리 노트>도 고르셨다. 결국 일곱 권을 결제하시면서 좋은 책이 많다고 덕담까지 해주셨다.

  4시 44분. 아이 소리가 들리면서 영어 학원을 빠진 아이와 엄마, 삼촌 손님이 들어왔다. 매주 수요일 5시 20분에 아들을 태권도 학원에서 미술 학원으로 옮겨드려야 해서 손님들께 주책방을 잠시 맡기고 나왔다. 헉헉. 고맙습니다. <아홉 살 마음 사전>, <2023년 제14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만지고 싶은 기분>

  6시 25분. 독서 모임 멤버가 7월에 북토크 할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과 글방 모임 책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샀다. 이렇게 주책방의 오늘 매출은 끝!     


  오후 7시 영업 끝. 6월 첫째 주 수요일부터 셋째 주 수요일까지 매출이 없어서 시작해 본 글이 여기까지 왔다. 글을 써서 그런지 6월의 마지막 수요일, 오늘은 신기하게도 0원이 아니네. 종종 책방의 매출을 기록해 봐야겠다. 마침내 수요일의 저주는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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