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히나 Oct 30. 2022

제 전공은 '의류학'입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요...

    새로운 곳에 가거나, 아니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자기소개'이다. 물론 일반적인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무슨 전공을 공부했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아직 학생 신분인 내가 새로운 환경이라고 해봤자 접하게 되는 사람들은 학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내 이름 다음으로 가장 먼저 화두에 오르게 되는 것은 언제나 무엇을 전공하는지에 대해서이다. 나의 경우, 학부 때부터 박사과정을 하는 지금까지 같은 계열의 공부를 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방향성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대충 뭉뚱그려 "의류학을 전공합니다"라고 소개하는 편이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에 바로 캐치하지 못해서 "네?"라며 다시 묻고, 내가 "의류학이요. 옷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요."라고 해야지 비로소 이해를 한다. 그리고 참 신기하게도 이다음에 백이면 백 반드시 이 질문을 한다.  


그럼 패션 디자이너가 되려는 건가요?

비록 시작은 디자인이 맞았지만 더 이상 디자인 공부를 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제야 내가 구체적으로 어떤 공부를 하는지를 설명해준다. 어느 정도까지 설명해야 적당 할까를 가늠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게 참 어렵다. 한두 번 이런 질문을 받으면 괜찮은데, 매번 같은 질문을 받게 되니 누군가 내 전공에 대해 물어올 때마다 바짝 긴장을 하게 된다. 그럼 설명의 방법을 바꾸면 될 법도 한데, 내 기준에선 '의류학'이란 단어보다 내 전공에 대해 설명하기 좋은 더 보편적인 단어가 없어서 문제였다. 사실 스스로도 내 전공을 한 단어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편이다. 나의 경우, 학부는 의상디자인과 텍스타일 디자인을, 석사는 소재 과학을, 그리고 현 박사과정은 물질문화와 직물사를 전공으로 해왔다. 이 모두가 의류학이라는 큰 범주에 포함되는 세부 전공들임과 동시에 각각 예체능, 이과, 문과 영역으로 분류될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졸업 논문 주제가 앞의 세 분야 + α이다 보니 스스로도 정체성에 혼란스러운 지경이라서 항상 장황하게 풀어서 설명하게 된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간단명료한 명제를 좋아하지 않는가? 나 역시 'A는 B이다' 같은 단순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모든 것을 아우르는 단어를 찾았고, 나에겐 그것이 '의류학'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매번 같은 패턴으로 같은 질문들을 받다 보니 문득, 왜 항상 한 가지의 질문으로 귀결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어떠한 전공이든지 한 직업으로만 구직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 텐데도, 왜 사람들은 옷에 대해 공부하는 이들은 전부 패션 디자이너가 될 거라고 여기는 걸까?


    이것은 아마도 미디어를 통해 대중들에게 많이 노출된 직업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선 연예인들이 협찬받는 의상들인 럭셔리 브랜드들은 디자이너 이름으로 된 브랜드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패션에 관련된 예능이나 드라마에서도 주로 다뤄지는 직업이 디자이너에 치우쳐진 면이 없지 않다. (세분화하면 디자이너가 아닌 다른 명칭으로 불릴 직업도 그냥 디자이너라 퉁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즉, 대중들에게 옷과 관련된 직업들 중 가장 흔히들 들어봤을 법한 (그러나 아마도 주변에서는 거의 못 봤을) 직업이 '패션 디자이너'이기 때문인 듯싶다. 하지만 사실 앞서 설명했듯이 의류학은 문과, 이과, 예체능을 모두 아우르는 융복합 학문이다. 그리고 여태까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이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앞으로의 내 전공 소개를 조금 더 편하게 하려는 나의 게으름과 작은 이기심을 담아 내가 보고 겪어왔던 의류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알리는 글을 쓰고자 결심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의류학에 대한 개론서들은 나보다 훨씬 이전에 이 길을 걸어가신 많은 의류 학자 분들에 의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어 이미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절판되어서 못 구하는 책들은 있을지언정.) 그분들에 비하면 아직 햇병아리 수준인 내가 이 학문 분야에 대해 떠든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 생각하기에 나는 그분들의 저서와는 결을 좀 달리하고자 한다. 엄밀히 말하면 나 역시 의류학의 모든 분야를 세세히 전부 다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내 경험(+약간의 자료 수집)을 위주로 설명하고자 한다. 그래서 어쩌면 한쪽으로 편향된 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 글이 좀 더 친숙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길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