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말, 집에 사놓은 임신 테스트기를 결혼 후 한번도 써 보지 않은게 생각나 성능검사(?!)나 해 볼까 싶어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테스트기를 들고 화장실로 갔다.
2020년 8월 잠잠하던 코로나가 폭발적으로 번지기 시작하고 2.5단계가 유지된 상태에서 9월 무사히 결혼식을 치른 후 이제 3개월째에 접어드는 신혼생활.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임신에 대한 지식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던것이 다 였고 임신을 준비하면서 "아, 드라마에서 처럼 한방에, 술 먹고 실수로 애가 생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었기에 이번에도 당연히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컸었다. 뭐 사실 임신을 눈치채기에 너무 이른 시기이기도 했고..
여하튼 테스트기를 뜯어 준비를 하고, 소변을 받아 타이머를 켜 놓고 테스트기를 담궜다가 빼 욕조위에 두고 나왔다. 기대가 없었기에 기다렸던 3분도 금방 흐르고 다시 화장실로.
기대가 없었어도 심장은 왜 그렇게 두근대는지.. 혹시? 아니야.. 혹시? 아니겠지.. 를 반복하며 화장실 문을 열었다.
아가가 생기다니!
그런데 선명한 두 줄! 두 줄이 떠 있는거다.
보고도 믿을 수 없던 그 날, 아마 영원히 잊을수도 없을 그 날.
더 확실해지면 얘기해야겠다는 다짐은 남편이 일어나자 무너졌고, 일단 출근준비하는 남편에게 넌지시 건넸다.
남편의 작은 눈이 똥그래지고, 기뻐하는 것도 잠시 우린 서로 더 확실해 지면 가족들에게 알리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몸에 이상한 변화들이 생겼던게 기억이 났다.
생리할 때 즈음 되서 계속 아파오던 아랫배. 언제나 생리 시작 전에 아파왔기에 생리의 신호로만 생각했었는데 시기상 생리예정일에서 한참더 전 이었다.
또 몸에 열이 없는 내가 한밤중에 땀을 뻘뻘 흘리며 일어났던 일, 유난히 먹고싶은게 많아졌던 그 즈음, 모두가 생리 할 때가 되어 그런가 했었는데 임신이어서 그랬던 것인가보다.
아기를 빨리 가지고 싶었기에 책도 미리 사 놓고-정작 제대로 보지는 않았다 ㅋㅋㅋ-임신 테스트기도 미리미리 사 놓고-사 놓고는 정작 3개월이 지나서 처음 써봄 ㅋㅋㅋ- 준비보단 마음만 앞섰던 내게 이렇게 기쁜 소식이라니.. 이론적인 준비가 좀 늦어서 그렇지 그래도 엽산이나 비타민은 오래전부터 먹고 있었고 술이나 커피는 진작에 끊었었더랬다.
임신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그 날 오후에도 그리고 그 다음날에도 테스트를 해 보고, 또 며칠 뒤 혹시나 아니면 어쩌나 싶어 다시 한번 테스트를 해 보았다. 여전히 선명한 두 줄이 안도와 기쁨을 동시에 가져다 주었다.
테스트를 하고 2주 뒤, 정확한 확인을 위해 남편과 함께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아기집과 난황을 확인하고, 유산기가 있으니 무조건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될수 있으면 누워 있으라는 이야기를 한다.
2주 후에 다시 내원하면 그때는 아가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을거라는 이야기와 함께.. 설레는 마음과 걱정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회사로 출근을 했다.
일을 하고 있기에 무조건 안정도 힘들고, 누워 있기도 힘들고..
일단 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임산부 뱃지였다.
임신을 확인하고, 출퇴근을 할 때 앉아서 오는게 정말 간절했지만 뱃지 없이 임산부 석에 앉기도 좀 그렇고..-임산부가 아님에도 걍 앉아 있는 사람도 부지기수지만 난 못하겠더라- 사람이 붐비는 시간이라 좌석이 잘 나지도 않는다. 내가 갔던 병원에서는 원래 아가 심장소리를 듣고 해주는데 내 사정을 듣고는 바로 임신확인증과 산모수첩을 내어주셨고 카드 발급을 하라는 안내를 해주셨다.
카드도 뱃지도 모두 그 날 처리했다.
임신 소식을 같이 사는 친정엄마께는 테스트기 며칠 후에 살짝 귀뜸을 드렸었고, 시댁에는 아버님께만 일단 말씀드렸었다. 애연가이신 아버님이시기에 미리 말씀을 드릴 수 밖에 없었다.
어느 토요일처럼 남편과 시댁으로 향했다. 오늘은 말씀드리자며 주차를 하고 내리자 마침 들어오는 첫째 시누이 차.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아파트 현관에 서 있는데 아가씨 짐이 한가득이다.
아가씨! 정말 고마워요 ㅠㅠ
남편이 미리 시누이에게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안그래도 고마운게 많은 울 첫째아가씨인데 이렇게 또 고마운 일이 늘어버렸다.
가족 모두 모여 축하를 하고, 나는 완전 공주님이 되어버렸다...............
죄송스러울 정도로 챙겨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고 있는 요즘이다.
어머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12월 초에 지인분이 꾸셨다고 하셨던 것도 우리 태몽이 맞았구나 했다.
어머님이 밤을 한가득 주워 내려오셨다던 꿈.
생각해보니 임신의 징조는 내 몸에서도 태몽에서도 보이고 있었는데 정작 나만 몰랐었나보다 ㅋㅋㅋ
임신 확인 후 6주까지의 변화
생리 예정일이 지나고 산부인과 가서 임신을 확인 하고나니 임신 5주. 책에서 봤던 몸의 변화가 그대로 다 나타나진 않았다.
질 분비물이 많아진다는데... 음.. 아직까진 모르겠다. 보니 주수가 더 흐르고 많아진다고도 한다.
가슴이 커지고 살짝 스쳐도 눈물이 날 정도로 아픈 경우도 있다던데... 커지긴 했지만 스쳐도 눈물날 정도로 아프진 않았다. 하지만 6주 말이 되자 눈물은 안나도 아프다... 살짝 스쳐도 아플때가 있다.
입덧은 할 말이 많다. 하.. 정말 누군가의 표현대로 술 먹은 다음날 숙취가 하루종일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딱이다. 울렁울렁거림은 말할것도 없고 시도때도 없이 잊을만 하면 울렁거린다. 먹어도 울렁거리고 공복이어도 울렁거리고 물을 마셔도 울렁거리고... 그래도 고마운건 아직까지 먹기는 잘 먹는다는 것. 문제는 먹고 나서 울렁거린다는 것 ㅋㅋㅋㅋㅋ
졸음이 많아진다는데... 원래 잠이 없는 편인 나 이지만 글쎄 뭐 아직까지 꾸벅꾸벅 졸고 시도때도 없이 자고싶지는 않다. 하지만 퇴근 후 급격히 피곤해지는건 사실.
집에가면 축 쳐져서 계속 누워있고 싶긴하다.
그 좋아하던 밥 냄새가 역해지고, 달걀말이 냄새가 참기 힘들고, 오늘 아침엔 어제까지 잘 먹던 김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분명 같은 김인데.. 그 향이 너무나 싫다.
밥을 잘 먹다가도 어느정도 먹다보면 마치 속에서 그만 먹으라는 것처럼 메슥거린다.
그냥 하루종일 속이 안좋다.
토 하지 않음에 감사하며.. 오늘도 먹긴 먹어야지...
산부인과에 가서 임신확인을 하기 전이었나, 생리처럼 아주 옅은 갈색 혈이 나왔었다. 정말 아주 옅고 또 하루인가 이틀 아주 조금 나왔기에 아, 착상혈인가보다 했었다.
그러고 잊고 있었는데 5주쯤 되었을때 살짝 갈색냉이 비추길래 걱정이 되어 바로 병원으로 갔다.
유산기가 있다고 했는데, 일한다고 너무 무리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어떻게 하지?
오만가지 생각을 갖고 병원으로 향했다.
눈이 갑자기 많이내리는 오후여서 갈까 말까 고민도 했지만 밤새 걱정하는 것 보다야 가는게 낫다고 판단하여 병원으로.
아직은 참깨만한 우리 아가 옆에 링은 난황
다행히 출혈은 없고 단순히 냉이었던 모양이다. 큰 문제는 없었다.
초음파를 하는데 갑자기 선생님께서 다른 버튼을 돌리신다. 곧 들려오는 심장박동소리.
"주수가 더해질수록 점점 더 빨리 뛸거에요."
순간 눈물이 핑 돈다. 아직 참깨만한 크기의 녀석이 심장이 쿵-쿵-쿵-
엄마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신기하고 경이로운 일...
남편 없이 먼저 아가의 심장소리를 듣게되어 좀 미안했지만 그 감동은 정말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