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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운보리차 Oct 29. 2021

어느덧 반 백일

지윤이 50일째

언제 오나 했던 50일이 지나갔다. 

지난 9월 6일 도담이를 낳고 집으로 돌아와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흘렀다.

그동안 도담이는 지윤이라는 예쁜 이름이 생겼고 키도 몸무게도 쑥쑥 늘었다. 제법 통통해진 볼살이 내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분명 지윤이와의 일상으로 꽉꽉 채워진 50일이였을텐데.. 정작 나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50일째를 자축하며 그 동안의 시간들을 돌아보았지만 당최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마도 부족한 수면과 육아의 피로감이 기억력까지 감퇴시켰는지 모르겠다.


염증수치가 높아 나보다 이틀을 더 입원해 있었던 지윤이가 퇴원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자 시작 된 육아는 정말이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쉬울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직접 몸으로 부딪혀본 육아는 뭐랄까.. 나를 갉아먹는 느낌이랄까.. 좀 오바인듯 싶지만.. 조금씩 녹아내리는 양초가 된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주는 행복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가장 힘든 순간에 마주하는 아이의 미소는 피곤함과 지침을 한방에 날리고도 한참이나 여운을 남긴다. 또 다시 피곤한 순간이 오겠지만 그땐 또 그때의 미소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그 미소 한번 보고자 하루를 버티는지도 모르겠다.


신생아 30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정확하게 각인이 된것은 정말 힘들다는 것.

더불어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 우리 엄마도 이렇게 나를 힘들게 키웠겠구나..'라고 깨닫게 되는데 "어버이은혜"의 가사를 완전히 이해하게 된다. ㅋㅋㅋ


모유수유의 고통도, 잠이 부족한 고통도 일단은 50일만 지내보면 좀 수월해진다던 선배들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기다려왔는데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여전히 모유수유는 힘들고 잠은 한도끝도 없이 부족하다.

그저 아이가 잠이라도 좀 잘 자주길 바라면서.. (사실 아이는 잘 잔다. 그게 잠깐잠깐 자주 라서 내가 잘 여유가 없을 뿐이다.)


50일까지의 기록을 남기지 못한게 두고두고 아쉽지만, 사실 51일부터 쓰는 육아일기도 꾸준히 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잠'순위가 하위권이었던 내게 지금은 그 무엇보다 자는게 가장 1순위가 되어버렸기에.. 그래도 기록은 해야지. 노력은 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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