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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이 Oct 06. 2023

연쇄 살식마의 식집사 입문기(1)

생애 첫 식물을 키우며 느낀 느림의 미학

30대가 된 게 충격(?)적이라 심적 위로가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고.


정말 뭣도 없는 평범한 일상인지라, 도대체 왜 엄마가 선인장도 죽여먹는 내게 식물을 건네셨을까 의문스러웠다. 


단순히 예뻐서 사둔 유리 화병에 녀석의 둥지를 틀어주고 며칠을 지냈다. 


그리곤 며칠 후. 


여느 때처럼 북스타그램 업로드를 위해 사진을 찍으려는데, 어라.


책 뒤에 있는 녀석이 새잎의 주인


그렇다.


다육식물도 선인장도 죽여먹던 내가 드디어! 죽이지 않고 심지어 파릇파릇한 새잎을 보게 된 것이다.


그 당시 기분이란...


"이래서 키우는구나."


그날 이후로 카페를 들를 때마다 카페에 있는 화분을 유심히 관찰하게 됐다.


더불어, 선물 받은 녀석의 정보를 공부하게 되었고


심지어 호기심 많은 5살짜리 꼬마처럼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엄마 얘 이렇게 둬도 되는 거예요?"라며 묻곤 했다.


이번엔 죽여먹지 않으리라, 내 나름의 발더둥이리라.


그래도 썩, 그런 나 자신을 두고 식집사라거나 식린이라고 칭하진 않았다.


와닿지도 않고, 그저 새잎을 본 게 뿌듯한 것뿐이지 딱히 식물을 키우는 데에 흥미가 생겼다곤 생각하진 않았기에.


그러던 와중, 어느 날의 계기로 드디어 극적인 첫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다음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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