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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고싶은오리 Feb 05. 2023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아이들의 문제에서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할 때가 많아진다.

고등학교 가기 전 겨울 방학이다. 졸업하기 전부터 아이에게 이번 방학이 왜 중요한지를 여러 차례 설명했다. 서점에 가서 고등학교 평가문제점을 여러 권 구매하면서 매일 계획 세워서 문제 풀이하고 인터넷 강의도 듣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근을 안 하고 방학 동안 함께 있으면서 하루하루 아이도 나도 전쟁 같은 시간을 보냈을 텐데 다행히 회사에 나와 있어 바쁘기도 했고 학습한 부분을 제대로 체크를 못 했다.

방학하고 3주가 지난 오늘 그동안 공부한 것들 점검을 했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이 대뇌피질에 전달되기도 전에 고함부터 지르고 말았다.


야!! 너 엄마가 뭐랬니!! 고1이라고 했잖아

시간 계획 세워서 매일매일 공부하라고 했는데 1주 전에 해 놓은 페이지 그대로네

책장은 넘겨보지도 않았고 도대체 3주 동안 뭘 한 거니!!

다른 친구들은 학원 다니면서 벌써 한 학기는 다 끝냈을 텐데

너는 어떻게 하려고 그러니

엄마가 여러 번 얘기했잖아

이제 중학생 아니라고 고등학생이라고 네가 스스로 해야 한다고

엄마가 매번 잔소리하고 시켜서 하면 무슨 공부가 되니     

학교 배정 받은 거 취소되면 차라리 기술 배우는 편이 더 낫겠다

교육청에 전화를 걸었다.     


아이의 생각도 들어보지도 않고 무시한 채 내 화에 못 이겨 잔소리하다 그만

교육청에 전화해서 배정받은 학교에 가지 않고 특성화고(산업고)에 갈 수 있는지 질의를 했다     


어머니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때 한 번 변경은 가능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고등학교 가서 담임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특성화고(산업고)로 간다고 해

엄마도 이제 힘들어서 못 하겠다.

너도 엄마 잔소리 듣는 것도 힘들잖아

어떻게 할래?     


네!! 그렇게 할게요.     


'아니요'라는 대답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답을 듣는 순간 할 말일 잃고 말았다.

저도 화가 났는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대답하고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고 속에서 화를 누르고 앉아있다.     


날이 서 있는 지금 입 밖으로 내뱉는 말은 둥글게 나오지 않았다.

내 나쁜 감정을 있는 대로 다 표현해 버렸다.




감정이란 게 참는다고 사라지면 좋겠지만 참는다는 것은 사라지지 않고 쌓인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이면 좋겠지만, 어느 순간 수위를 넘게 되면 쌓인 감정은 어디론가 튀어

엉뚱한 방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감정조절을 못해 쏟아 낸 말들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 후회하게 된다.

알면서도 ‘화’라는 감정은 억누를 수 없을 때가 많다.     


감정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어쩔 수 없지만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자신의 선택이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데 아이들의 문제에서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할 때가 많아진다.     


아이들이 듣는 말은 영혼에 박힌다고 한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스스로 분노를 조절하고 이성적으로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현명한 말하기를 하고 있는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차분히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본 매거진 '다섯 욕망 일곱 감정 여섯 마음'은 초고클럽 멤버들과 함께 쓰는 공공 매거진 입니다.

여섯 멤버들의 '희로애락애오욕'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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