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하는 시간
집에 들어서자마자 엄마는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앉았다. 나는 병원에서 받은 약 봉투를 꺼내며, 그 안에 적힌 약의 이름과 복용법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엄마, 저녁 먹고 이거부터 먹어야 해."
엄마는 아무 말 없이 약 봉투를 바라보며 손끝으로 포장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고, 엄마는 조용히 물었다.
"이걸 먹으면… 나아질까?"
엄마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섞여 있었다.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조금씩, 천천히 나아질 거야."
엄마는 작은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금세 얼굴에 흐려지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서 알 수 있었다. 작은 알약이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는 걸 엄마도 잘 알고 있다는 걸.
식사를 마친 후, 나는 작은 물컵을 준비해 약과 함께 엄마 앞에 놓았다. 엄마는 약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약을 삼키는 데 이렇게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이거 먹으면, 나 달라지는 거야?"
엄마의 목소리는 여전히 불안함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나는 엄마의 손을 잡고 따뜻하게 말했다.
"엄마는 엄마야. 변하지 않아."
엄마는 내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천천히 약을 삼켰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약을 삼키는 그 순간,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약을 삼킨다는 건 그저 약을 먹는 것이 아니라, 다가올 시간에 대한 약속 같았다.
엄마는 물컵을 내려놓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나는 다시 엄마의 손을 잡았다.
"엄마, 괜찮아. 같이 해보자."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꽉 쥐었다.
그날 밤, 나는 엄마의 방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익숙한 숨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이제 시작이었다.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올지도 모르지만, 나는 엄마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
이 시간이 우리에게 어떤 날들을 가져다줄지 모르지만, 나는 끝까지 엄마와 함께 걸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