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병원으로 가는 길
엄마와 병원에 가기로 한 그 날.
창밖에는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아침이었지만
내겐 그저 무겁게만 느껴졌다.
엄마는 늘 입던 가디건을 입고
거울 앞에서 단추를 하나씩 만지작거리며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엄마, 준비 다 됐어?"
엄마는 잠시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다가
내 목소리를 듣고서야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가야지."
병원으로 가는 길
엄마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창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평온해 보였지만
나는 그 안에서 점점 무거운 고요함을 느꼈다.
괜찮다고 속으로 되뇌며
그 침묵을 깨기엔 내가 너무 나약한 것 같았다.
병원 복도는 예상보다 조용했다.
평소의 병원과 달리 사람들의 발소리도 대화 소리도 없이 유독 고요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모든 것이 멀어져 보였다.
접수를 하고 체크리스트를 받아들었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손끝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을 조금씩 감추려 애썼다.
하나하나 항목에 체크를 하며, 진료가 차례차례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의사선생님과의 진료가 시작됐다.
"평소 잠은 얼마나 주무시나요?"
"이전에 진료를 받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질문들이 이어졌다.
나는 엄마의 대답을 조용히 들으며 하나하나 메모를 했다.
"요즘, 물건들이 자꾸 없어지나요?"
"며칠 전엔 집에 누군가 들어왔다고 했죠?"
의사선생님은 그 질문들을 던지며 엄마의 눈을 잠시 살폈다.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짧은 순간, 나는 시간의 무게를 느꼈다.
이제 진실이 드러나는 것 같았다.
진료가 끝난 후, 마지막으로 내 손에 들어온 건 한장의 진단서였다.
진단서를 받아든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는 여전히 조용히 옆에 앉아 있었다.
그냥 아무 말 없이.
그 침묵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더 이상,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그건 이미 사실이었다.
진단서를 읽으며 나는 숨을 깊이 들이켰다.
짧은 문장 속에 담긴 무게를 느끼며
"진단명: 상세불명의 비기질성 정신병."
그 문장이 내 머릿속을 돌며 맴돌았다.
엄마도 아마 알았을 것이다.
알고 싶지 않았겠지만 이미 그 모든 걸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그 모든 고통이 엄마를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삼켜가고 있다는 것을.
"엄마 괜찮을 거야."
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말하려 했지만
엄마는 아무런 반응도 없이 딴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다시 그 말을 반복했다.
"괜찮다고"
그게 내가 엄마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말 같았다.
진료를 마친 후 병원 밖으로 나가면서
나는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어린 시절 엄마가 잡아주던 그 손을 떠올리며
어느새 그 자리에 내가 서 있었다.
앞으로의 길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엄마를 놓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할 이유가 너무 많으니까.
그리고 내게 남은 유일한 약속은
그 길을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