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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 건축 놀잍ㅓ Oct 08. 2016

부여,정지된 시간

비, 도시 기행문


나는 지방의 도시를 둘러보는 것을 좋아한다. 복잡한 서울보다 때론 더 흥미롭기도 하고 도 뽕작스럽기도 한 이곳에선 훨씬 더 신선한 B를 찾을 수 있기때문이기도 하다. 꼭 고향이 아니더라도 훗날 지방에서 건축을 하고 싶다는 것이 나의 오래된 꿈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작은 도시를 탐방하는 것을 즐긴다.

건축은 도시에서 시작되는 경험의 총합이기 때문에 우리는 도시와 함께 읽어나가야 한다. 나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그래서 비,도시 기행문이다.

00 부여
백제의 마지막 수도인 부여는 묘하게 슬픔이 묻어난다. 낙화암 삼천궁녀의 스토리가 천천히 흐르는 강물과 궁남지의 공허함, 싹뚝잘려진 도시의 조각들을 마주할때 더 슬프게 다가왔었다. 부여, 그곳의 시간은 참 천천히 흐른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정체된 고도의 한쪽구석에 오래된 궁궐터 낮게 깔리는 안개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부여박물관은 또 다른 슬픔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왜색논쟁에 휘말린 건축가의 슬픔도 한켠에서 보인다. 그의 공간과 디테일이 1960년에 계획되었다는 것은 2014년에 살던 나에게 던져진 작은 충격과도 같았다.

01부여박물관
입구에서 점차 한단 한단 올라설때마다 더 분명하게 지붕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출입구에서 건물의 입구까지 몇개의 단이 축을 조금씩 달리하여 있는 것 같았다. 그 정면으로 부여의 옛 시내를 마주하고 뒷산의 능선에 자연스럽게 놓여져 있었다.

이곳은 시간이 정지된 공간이다. 이 모든건 거대한 지붕 하나로 만들어낸다. 그 사이사이에 외부로 향한 조그마한 광정으로 하늘이 보이면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한다. 천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온 유물의 존재를 그리고 멸망하던 한 나라의 슬픔이 어두움속에 빛을 발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콘크리트 덩어리로 만든어진 거대한 지붕이 외부세계와의 단절을 통해 시간을 잠시 멈추고 우리는 유물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우수을 처리하는 지붕의 디테일에 새삼놀랐다. 지붕선에서부터 물이 내려와서 모였다 다시 흐르고 다시 고였다가 마지막으로 쇠사슬을 따라 내려와 땅으로 흘러가는게, 비가 내릴때 이곳에서 나는 소리가 지붕을 타고 내부에서 어떻게 들릴지 매우 궁금하였다.

좋은 건축은 사진속에서가 아니라 공간속에서 알수있는데, 건축가는 우리가 이 공간속에서 어떻게 느끼고 경험해야 할지 이미 알고 있었던것 같다.

02 궁남지
연꽃은 겨울에 볼 수 없다.
 
03 부여아울렛과 리조트

구시가지를 벗어나 10여분을 달리면 부여아울렛과 리조트가 있는 곳이 나온다. 롯데는 건축의 효과를 상업에만 집중하는 기분이 들었다. 울림이 아니라, 감각이 아니라, 효과적인 클레식의 복제, 롯데캐슬같은 느낌이 가득한 아울렛이였다.  그곳엔 키치스러운 결혼식장에서 나는 냄새가 나곤 했다. 좋은 건축이 없을때 공간에서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좋은 냄새와 음식으로 우리는 포섭하는 것이다. 이것이 딱 그랬다.

04 부여를 떠나며
세곡주의 달달함을 입에 머금고 부여는 남쪽으로 내려가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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