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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어초는 꽃 모양이 헤엄치는 금붕어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금어초는 별명이 참 많다. 사자의 입, 두꺼비의 입, 개의 입, 송아지 주둥이 등 입이란 입은 다 금어초다. 그중에서도 용의 입이라고 해서 '스냅드래곤'이라는 이름이 가장 유명하다.
금어초의 꽃말은 수다쟁이, 참견, 욕망, 오만처럼 부정적인 의미가 많다. '수다쟁이'라는 꽃말은 아마도 앞서 언급한 입모양을 닮은 꽃 때문에 생겨난 것 같다.
금어초는 영화 곡성에서 씬스틸러 역할을 하기도 했다. 금어초는 시들면 해골처럼 변하기도 해서 해골꽃이라고 한다. 영화 곡성에서는 미스터리한 사건 피해자들의 집마다 말린 금어초 다발이 걸려 있어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실, 영화 제작진은 농장 50평을 빌려 금어초를 직접 재배했고, 손수 말려 해골 모양에 가장 가까운 것을 선별한 것이라고 한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에 금어초를 등장시킨 이유에 대해 한 줄기에 시든 꽃봉오리들이 겹쳐있는 모습이 수많은 해골들이 뭉쳐있는 모습 같았다며, 불행을 겪은 사람들을 이미지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활짝 피어 있을 때는 금붕어가 헤엄치거나 레이스 옷자락이 살랑살랑 흔들리듯 아름답지만 시들면 무서운 해골 형상으로 변하는... 모순과 반전의 꽃이다. 욕망, 오만, 화려함의 끝을 의미하는 걸까? '현혹되지 마라! '는 대사가 귓가에 맴돈다.
하지만, 금어초를 너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말자. 아주 멋진 이야기도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가끔 가까운 곳에서 뭔가 음산한 기운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금어초를 밟거나 손에 쥐고 그 기운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면 안전하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누군가 나에게 저주나 나쁜 기운을 보낸다면 금어초를 병에 꽂아 놓아두면 저주를 보낸 당사자에게 그것이 되돌아간다고 한다. (식물의 말들, S. 테라사 디에츠 참고) 나쁜 기운이나 저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꽃이라니 해골꽃이라는 오명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키우고 있는 아이는 금어초 트위니라는 종으로 겹꽃이 피는 개량종이다. 일반적인 금어초에 비해 키가 작게 자라는 편이라 실내에서도 쉽게 키울 수 있다. 광발아 씨앗으로 지피펠렛이나 상토에 작은 씨앗 자리를 만들어주고 흙 위에 씨앗을 살짝 올려준다는 느낌으로 심어주면 좋다.
충분한 일조량이 필요한 친구로 실내에서 키운다면 식물등을 하루 12~14시간 정도 충분히 쬐어주는 것이 좋다. 지난해 12월 중순에 심은 씨앗이 지금 벌써 쑥쑥 자라 꽃망울을 물었으니 많은 기다림은 필요하지 않다.
순지르기 등 수형 관리를 따로 해주지 않아도 광량만 충분하면 곁순을 풍성하게 내주므로 초보자에게도 좋은 화초 같다. 꽃이 풍성하고 오래가는 편으로 고온다습한 여름에도 강해 꽃을 계속 피워준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지금 금어초 키우기에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