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km 뉴질랜드 로드트립. EP1
글 & 사진, 네이버 여행 인플루언서 & 여행 블로거 거대곰돌이
2022년의 크리스마스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크리스마스였다. 주말이었고, 연인도 있으니 함께 외출해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겠지만, 2022년의 크리스마스는 별다른 외출 없이 집에서 조용히 짐정리, 집정리를 하며 휴식을 취했다. 크리스마스보다 더 큰일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의 다음날인 12월 26일, 나는 연인과 함께 뉴질랜드행 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2020년 3월 말, 코로나로 인해 호스텔 매니저로 일하던 페루의 쿠스코를 떠나, 짧은 미국 여행을 마치고 쫓기듯 한국으로 돌아온 지 대략 '1000일'만에 떠나는 장거리 & 장기여행이다. 짧은 호주 시드니 여행을 합쳐서 거의 90일 가까이 되는 장기여행이다.
코로나 기간 이전에도 참 여행을 많이 다녔고, 코로나 기간에도 국내의 여러 지역을 참 많이도 누비고 다녔지만, '이제 진짜 여행을 다시 떠나는구나'라는 느낌이 드는 여행은 코로나 이후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한 뉴질랜드의 도시들을 포함한다면, 지금까지 한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 25개국 150여 개의 도시를 여행했을 만큼 여행 경력도 많다. 하지만, 역시나 긴 휴식 뒤의 장기여행이라서 괜스레 참 떨리는 순간이었다. 3년 여만의 장거리 출국이고, 이번 여행을 위해서 여행 계획 및 준비를 거의 1년 가까이 한만큼, 떨리는 마음도 즐거움으로 생각하고 기분 좋게 긴 비행을 즐겼다.
이번 출국으로 떠나게 된 뉴질랜드는 벌써 4번째 여행이었다. 첫 번째 여행은 아주 오랜 옛날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내 인생 첫 해외여행이자 2008년에 떠났던 약 15개월 간의 뉴질랜드 생활이었다. 이때의 경험들을 토대로 나는 여행사 직원이 될 수 있었고, 남을 여행 보내고 내가 여행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본격적인 여행가로의 삶을 살게 해 준 장본인 같은 여행이었다.
두 번째는 여행사를 다니면서 다녀온 짧은 뉴질랜드 출장. 그리고 세 번째는 여행사를 그만두고 불현듯 아메리카 대륙을 6개월 동안 일주한 뒤, 이민을 도전해 보겠다며 다시 뉴질랜드로 떠났던 여행이었다. 8~9개월 열심히 매진했으나, 결국 뜻한 바를 모두 이루지 못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일자리 복이 다른 쪽으로 풀려서,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가지 않고 페루로 출국을 했다. 그 이후에 페루 현지에서 코로나를 만났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뒤에는 쭉 집에서 쉬며 언젠가 다시 출국할 날을 기다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비로소 다시 떠나게 된 해외여행이 바로 다시 '4번째 뉴질랜드'였다. 참 질기고도 깊은 인연이다.
코로나 이후 한국에서의 내 삶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온 세상이 급격하게 단절된 후, 코로나 기간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모르고 새로운 직업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고 부모님의 품 속에서 쉬고 있었는데, 그 기간이 생각보다 너무 길어졌던 게 그 변화의 시작이었다.
변화의 시작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2020년 귀국한 초기,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고, 집에서 쉬면서 딱히 할 일이 없었던 찰나에, 연인의 조언에 따라 '블로거라도 해봐라'라는 그 말을 따라 블로그를 시작했을 뿐이었다. 약간의 정리와 백업의 습관이 있었던 나는, 그간 여행사와 '내 여행'을 다니면서 모아둔 14,000여 장의 사진이 있었고, 어차피 코로나 기간이라 누구나 실시간으로 여행하고 여행기를 남기지 못하는 바, 오래 묵은 사진으로 여행이야기를 소개하며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저 과거의 사진을 보고 체험을 글로 옮겨 적는 일을 반복하는 일인데, 그 일을 몇 달 정도 하니 어느새 '블로그'라는 매체는 외식비나 교통비 같은 일상적인 생활비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과거에 공식적으로 언급을 하던 그 '파워블로거'같은 영향력을 가진 블로거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블로그는 생각보다 내 생활에 큰 영향을 주는 도구가 되어 있었다.
블로그에서 직업적인 가능성을 보았다고 할까, 블로거 2년 차 정도에 접어들었을 그때쯤부터 좀 더 긴 호흡으로 블로그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전업블로거'로의 변화를 꽤 한 것이다. 단순한 최종목표는 이랬다. '근로소득이 없이 블로그로 지속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블로거가 되어보자'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차근차근 몇 년동안의 블로그를 통해 달성해야 할 일들을 기획하고 실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열심히 블로그와 함께 살다 보니, '네이버 인플루언서'라는 명함도 하나 생겼고, 그다음 단계로 이렇게 뉴질랜드 여행도 기획해서 떠나올 수 있게 되었다.
블로그라는 게, 계속 노력을 쌓으면 소위 말하는 '성장'을 직접 수치를 통해서 체감할 수 있다. 거의 매일 블로그를 관리했기에, 그 성장은 눈에 보였다. 2020년보다 2021년이 좋았고, 2021년보다 2022년이 더 좋았다. 아마 꾸준하게 계속 관리했다면 2022년보다 2023년도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우선적으로 얻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바로 '타이틀'.
매 해가 지날 때마다 블로거로의 성장은 기대 이상이었지만, 여전히 나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 게 있었다. 지금도 갖고 있는 가장 큰 고민, '내가 지금 직업란에 내 직업을 '블로거'라고 쓸 수 있을까?', 지금의 블로그 활동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였다.
근본적인 이유는 이렇다. 예를 들면 이런 내용인데, 어느 날 갑자기 혼자서 출입국 심사를 할 때 만약 심사관이 직업을 묻는다면 나는 무엇이라고 적어야 할까, 그걸 머릿속으로 그려보게 되었다.
'너는 직업이 뭐야?'
'나는 블로거가 직업이야. 온라인 플랫폼에 글을 쓰고 있어'
'여행은 몇 개월간 할 예정이야?'
'얼마동안 할 예정이야'
'그만큼의 여행경비는 있어?'
'응, 충분히 여행할 수 있어'
'그 블로거라는 직업으로 그만큼의 여행경비를 만들 수 있어?'
스스로 이어가는 이 질문부터 나는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없었다. '블로거', '네이버 인플루언서'라는 타이틀로 현재 내가 벌고 있는 '현금수익'은 고작해야 한 달에 1~20만 원 남짓한 수준이고, 그걸론 2~3개월씩 해외여행을 할 경비를 마련할 수는 없었다. 내가 여행사를 다니면서 협찬했던 유명하나 블로거들 수준이 되지 않는 이상 꿈도 못 꿀 일이었다.
한국에서 살면서 부모님 품에서 벗어나질 않으면 글 하나 써주고 얻어먹는 외식으로 직업 없이도 일상생활을 살 순 있지만, 지금의 블로그 수준으로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게 내 먼 미래의 노후까지 완벽하게 책임져줄 수는 없었다. 좀 더 지속 가능한 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 그 지속 가능한 여행을 하며 지속 가능한 여행경비를 벌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2023년은 그 고민을 해결하는 '방안'을 하나씩 마련해 보자는 게 가장 큰 과제였다. 그렇게 과제 수행을 위해 다시 해외여행을 떠나오게 되었고, 그 여행 목적지는 '4번째 뉴질랜드'가 되었다. 첫 번째 뉴질랜드 여행이 워킹 홀리데이, 두 번째가 출장, 세 번째가 이민이었다면, 네 번째 뉴질랜드 여행의 목적은 '작가'로의 타이틀 획득이다. 가장 자세한 이야기를 다룰 수 있는 여행지가 필요했고, 2년 여 이상을 거주했던 뉴질랜드만큼 그 목적에 부합한 여행지는 없었다.
물론, 좀 더 근본적으로는 여행이 고픈 게 제일 크다. 하지만, 여행을 계속하려면 주머니를 채워 넣어야 하고, 코로나로 쌓이던 게 멈춰버린 주머니를 다시 불릴 방법을 이제부터 슬슬 마련해야 하고, 이왕 뭐라도 제작하는 '크리에이터'의 삶을 살아보자고 결심한 이상, 지금은 아슬아슬한 주머니를 털어 여행을 다녀와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이왕 출발한 여행, 이번 여행을 통해서 근사한 글, 근사한 책을 하나 만들어내고 싶다. 이 글로 단순한 블로거에서 '블로거도 운영하는 여행작가'로의 변신을 기대한다.
안녕하세요. 네이버 여행 인플루언서 & 여행 블로거 거대 곰돌이입니다.
앞으로 연재될 내용은 70여 일간 여행한 뉴질랜드 여행기로, 좀 더 블로그스러운 여행 후기와 정보들은 블로그에서 현재도 꾸준히 업로드되고 있습니다. 좀 더 다양한 사진과 여행후기를 보시려면 메인 블로그 방문을 부탁드립니다. 뉴질랜드 여행은 2022년 12월 26일 출국, 2023년 3월 11일 호주로의 출국으로 마무리되었으며, 곧 한국 귀국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