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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여사 Mar 13. 2023

어쩌다 PA 부대표

내가 경험한 IB 프로그램

어쩌다 Parent Association = 학부모회 (이하 PA) 부대표가 되었다.


아침에 지금의 PA 대표이자 친구인 라라(가명) 에게 문자가 왔다. 오늘 PA 선거가 있으니 미팅에 참석해 자신에게 한표 던져달라는 메시지였다.


- 응? 너 이미 PA 대표잖아? 왜 다시 선거를 해?

- 응. 그렇게 됐어. 와줄 거지?

- 그럼, 가야지. 너 아니면 누가 PA 대표를 하겠니?


라라는 말레이시아 사람이다. 우리 학교의 대다수 사람들이 주재원이고 주재원들은 회사에서 학비지원을 해준다. 반면, 라라는 아이 셋을 오롯이 "사비"로 보내는 것만 보아도 그녀의 재력을 짐작케 한다. 남편은 모 당대표까지 지낸 구글에 이름을 치면 나오는 사람이고 라라는 왕족이다. 그렇다. 그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님이다. 생일잔치에 술탄이 오신다. 에헴.


그녀의 막내아들과 나의 첫째 딸은 5살 때부터 친구다.


자신이 왕족이라는 걸 밝히기 싫어하는 그녀는 굉장히 험블 한 사람이다. 재력을 과시하지도, 사람을 차별하지도 않는다. 졸부들과는 다른 교양이 있다.


아무튼 그녀가 보낸 문자에 아무런 의심 없이 다음날 미팅에 참가하게 되었다.


미팅룸에 들어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녀가 원했던 건 자신에게 투표를 해달라는 게 아니라 곧 귀국하게 되는 부대표 자리를 내게 안겨주고자 했다는 걸.


그녀의 얄팍한 속임수에 어수룩하게 속았던 내가 위기를 느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미팅은 이미 시작되었고 문은 닫혔고 프레젠테이션은 이미 시작했다. 독 안에 든 쥐였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옅게 미소를 짓는다. 썩소를 날렸다. 그녀가 호탕하게 웃는다.


그렇게 엉겁결에 미들 하이 부대표가 되었다. 오해하지 마시길. 우리 학교의 PA는 치맛바람보다는 머슴에 가깝다. 몸 쓰고 머리 쓰고 봉사하고.


기왕 이렇게 된 거 팔 걷어 올리고 봉사를 해야겠다. 딸내미도 내년에 졸업이고 유종의 미를 거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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