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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 Mar 11. 2022

몰래 적는 사랑고백 1

 동물이 살아가면서 마실 수 있는 공기의 양은 정해져있다는 설이 있다. 수명이 짧은 작은 동물들은 분당 호흡수가 많아 정해진 양을 빠르게 소진하고, 수명이 긴 동물들은 그에 비해 분당 호흡수가 적어 정해진 양을 보다 느리게 소진한다는 것이다.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하고 나는 당시 애인의 호흡을 관찰했다. 잠들기 전 조용한 시간, 애인의 가슴 위에 고개를 대고 있으면 내 머리도 애인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에 따라 오르내렸다. 그렇게 가만히 있다보면 애인의 호흡과 내 호흡의 박자가 어긋나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내 숨은 애인의 숨보다 조금 빨라서, 내가 공기를 들이마실 때 쯤 애인이 숨을 내쉬었다. 나는 애인의 날숨을 달게 들이마시다가도 우리의 호흡이 엇박인 것이 퍽 아쉬웠다. 그럴 땐 숨을 잠깐 멈췄다가 애인의 호흡을 따라했다. 애인의 모든 것에 공감하고 싶었다. 공감하기 위해 알고, 경험하고 싶었다. 숨쉬는 것뿐만 아니라 쿵쿵 다르게 뛰는 맥박도 일치했으면 했다. 심장 뛰는 속도가 같아지고 들숨과 날숨의 리듬이 같아지면 우리의 차이는 점점 줄어들 것이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너의 부분도 점점 작아지겠지. 우리는 아직 어리니 지금부터 같은 양의 공기를 들이마시면 같은 날 눈감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허무맹랑하지만 달콤한 상상을 하다보면 애인의 숨을 따라 쉬는 것이 점점 벅찼다. 나는 다시 한 번 숨을 멈췄다가 내 호흡으로 돌아와 잠들곤 했다.


 앨런과 함께 살기 시작한지도 일년이 넘었다. 그동안 내 대부분의 잠자리에는 앨런이 옆에 있었고, 몇 번은 그의 숨을 따라한 적도 있었다.   


 "에델은 숨을 진짜 빨리 쉰다."


 언젠가 나를 가만히 끌어안고 있던 앨런이 한 말이다. 그는 내가 몰래 하던 것처럼 내 숨을 따라하다가 불편하다며 금방 그만뒀다. 우리의 삶이 안전하다면 생의 끝을 향해 가는 속도는 서로 다를 것이고 그 속도는 불편함을 감수하며 맞춰가는 숨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 간극까지 사랑하기로 했다. 맥박과 호흡에서부터 시작하는 수많은 삶의 차이는 함께 생활하고 종일 대화하면서 점점 좁혀지지만 우리는 언제까지고 다를 것이다.

 나는 잘 마시지 못하는 맥주를 퇴근 후 안주도 없이 몇 캔씩 혼자 들이켜는 모습도, 장보기를 싫어하는 나를 대신해 마트에 가서 무게와 가격, 품질따위를 비교해가며 고기를 사오는 모습도, 빨래를 널 때 털어 너는 것을 귀찮아해 구겨진 옷들의 모습까지도. 어쩌면 나는 영영 알 수 없을 이런 것들은 전부 너이고, 나는 너의 다름을 사랑한다. 앞서 적었듯 나는 이 다름을 평생 알 수 없을 것이기에 너를 평생을 다해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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