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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봄 작가 Feb 01. 2023

여행 속 나의 마음 찾기

at 키웨스트 

가족과 미국여행 한 달 살기를 작정하고,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웠지만 지금껏 무엇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실 미국여행의 목적은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것과 함께 여행 다니면서 매일 글쓰기와 SNS 관리, 그리고 나의 영어공부와 아이들의 공부시간을 계획했지만, 여행은 현실 그 자체였다. 여행의 시간은 낭만적일 수 있지만,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온 나는 여행이라는 여정 말고는 다른 계획은 하나도 실천하지 못했다. 글 쓰는 거야 아이들 잘 때 쓰거나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쓰면 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하루종일 여행의 하루를 보내고 나면 새벽에 잘 일어나기도, 밤에 쓰기도 힘든 법이다. 핑계라면 핑계일 수도 있겠다. 

이번 여행은 뜻하지 않게 로드 트립을 하게 되며 여러 숙소를 옮겨 다녔다. 미국 숙소는 의외로 네모난 식탁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어떤 때는 호텔로 숙소를 잡게 되면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탁자가 없어 아이들과의 공부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고, 글 쓰는 장소를 찾기도 어려웠다. 동시에 시간을 내어 SNS에 여행사진 피드를 올리기에도 벅찼다. 결론은 내가 계획했던 리스트를 하기에 결정적인 것은 시간확보와 장소였다. 




여행 중 하루를 보내고 나면 글로 옮기고 싶은 욕구가 차고 올랐다. 그러나 옮기지 못하고 영감이 떠오를 때면 핸드폰 속 메모장에다 글 쓸 주제만 몇 줄 올려두었다. 아이들과 여행을 하게 되면 그날의 에피소드는 생기게 마련이다. 여행하면서 아이와 있었던 일 혹은 미국에서 한 달 살기 하며 보았던 것, 들었던 것, 깨달았던 것을 기록하려고 한다. 아이가 깨어있는 시간에는 온전히 아이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러나 자꾸 글을 써야 한다는 의무감과 SNS 피드 올리기를 미루고 싶지 않은 마음은 아이들을 바라보는데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나는 이 지금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두 가지를 머릿속에 담아내고 있구나. 알면서 하지 못하는 게 가장 어려운 법이다. 어떤 날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오전시간은 아빠찬스를 써서 아이들과 수영하며 놀게 했다. 


'내가 지금 왜 여행을 하고 있지? 한 달 동안 나는 어떤 여행을 하고 싶었지?' 여행을 하면서 나에게 되물어본다. 아이와 함께 무언가를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나는 여행 와서 매일 글 쓰며 SNS 피드도 올릴 거야. 그리고...라는 의무감이 나를 여행 중에 힘들게 했다. 여행 중 보름이 지난 지금, 오늘에서야 남편의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아침을 즐겨!" 


"응? 아침을 즐기라고? 뭐 하면서?" 


"글 쓰고 싶다면서..." 


나의 마음을 알고 있는 남편은 아이들이 잠 깨기 전에 수영장 앞 벤치에서 글을 쓰라며 노트북을 선뜻 건네준다. 그래.. 아침을 즐겨야지.. 

할 수 없었던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시간에 즐기면 되는 거였다. 수영장 안으로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 소리가 이 시간 글 쓰는 데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주변에는 조식을 먹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약간의 백색소음은 글 쓰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 지난 시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못하겠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에 잠시 부끄러워진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어떻게 써야 하지?라는 부담감이 밀려온 건 사실이다. 그동안 새벽기상으로 꾸준히 써왔던 글쓰기가 여행 와서 멈추어버리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이와의 여행은 현실적이면서도 낭만 있는 시간이지만, 나의 시간을 만들기가 참 어려웠다. 나도 챙기고 아이들과의 시간도 챙기는 여행을 해야겠다는 다짐이 선다. 남은 보름의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시간에 즐기면 된다. 



mission:  1. 여행하면서 눈이 떠지는 시간에 물 한잔 마시고 글쓰기 (장소는 네모난 탁자 위의 노트북) 

              2. SNS 피드 올리고 소통하는 시간은 저녁식사 후 나의 시간을 따로 갖는다. 

                  (아이들의 TV 시청시간) 

              3. 아침시간 or 저녁식사 후 아이들과 학습시간 갖기 (할 수 있다면 시간 확보하기)  



아빠찬스로 아이들과 수영놀이


분수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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