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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봄 작가 Feb 02. 2023

여행은 고정된 게 아닌, 순회하는 것.

바닷가에서 만난 지폐 한 장

제 아무리 계획을 잘 세우고 여행한다고 한들, 계획대로 척척 진행된 적이 있었는가? 


아니다. 여행은 계획대로 하는 게 아닌, 여행 중에 마주하는 일상을 바라보는 게 진정한 여행일지도 모른다. 삶의 모습도 그러하다. 


우린 어제 키웨스트에 있는 바닷가로 놀러 갔다. 마침 숙소에서 비치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해 주었기에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었다. 우연히 얻게 된 (모래를 퍼낼 수 있는) 미니 삽만 들고 따로 다른 준비는 하지 않았다. 여행 중에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만들어갈지 또 어떤 재미있는 상황을 마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한 설레임을 즐긴다. 


아이의 놀이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도착한 비치는 파도가 있는 지점부터 수심이 깊어 따로 수영하며 놀지는 못했지만, 모래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어느 곳을 가든 해변마다 생김새가 다르다.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는 해변이 있는 가하면, 파도가 잔잔해서 아이들이 놀기에 딱 좋은 곳도 있다. 또한 모래의 질감과 모양도 다르다. 어느 곳은 설탕 같이 굵은 입자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또 어느 곳은 부드럽고 작은 소금 같이 생긴 곳도 있었다. 진득진득하게 만져지는 모래도 있었고, 손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흩날리는 모래도 있었다. 


모래를 삽으로 퍼내는 놀이만으로도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따스한 햇살이 바다 물결 위로 반짝이며 내리쬐는 데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을 고요하고 여유롭게 만들어주었다. 아이들은 한참을 삽으로 모래를 퍼내더니 모래성을 쌓기 시작했다. 모래성을 쌓다가 아빠가 아이들 곁으로 가서 함께 놀이를 시작했다. 아이를 안고서 바다 안으로 들어가 넓은 수평선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바다 밖으로 나와 아이들과 모래를 퍼내며 놀이를 시작했다. 한참을 퍼내며 놀다가 갑자기 무언가를 발견한 듯 벤치에 앉아있는 나에게 아이들은 소리를 질러댔다. 


'응? 뭐지? 


"엄마~ 여기 돈이 떨어져 있어" 


아이들은 지폐를 한 장 들고는 나에게 달려왔다. 2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이 아이손에 놓여있었다. 삽으로 모래를 퍼내다가 발견한 것이었다. 아빠와 나는 그 지폐를 보고 얼굴을 마주하며 웃음이 절로 나왔다. 

돈을 발견해서 좋아다기보다, 이 순간은 우리 가족에게 여행 중 하나의 추억이 되었기 때문이다. 바다에 와서 삽으로 모래를 퍼내다가 돈을 발견했다는 이야기.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고 재미있는 순간이다. 


나는 이러한 여행을 좋아한다. 무언가 계획하고, 계획대로 다녀야 하는 여행 말고도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는 에피소드의 여행 말이다. 바닷가에서 아이들의 모습을 줄곧 바라보며 해변과 맞닿은 아이들의 몸짓과 표정을 바라보는 일마저 나에게는 하나의 여행이 된다. 특히 여행 중에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 무언가를 계획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들 수 있는 게 또한 여행일 수 있다. 그러나 여행 중에 있을 때 낯선 곳을 익혀가려면 그곳의 사람들과 평범한 하루를 보낼 것을 추천해 본다. 어느 곳이든 소소한 일상으로 살아본다면 그곳은 낯선 여행이 아닌, 내 삶 속에 들어오는 익숙한 여행속의 하루가 될 것이다. 



바닷가에서 만난 지폐 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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