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림이가 엄마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완결]

이 책에 다 담을 수 없었던 말들

by 황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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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라는 단어가

이렇게 아픈 말이 될 줄 몰랐어.

어릴 땐 하루에도 수십 번,

아무렇지 않게 불렀던 이름이었는데

이젠 목구멍까지 차올라도

끝내 부르지 못하고 삼켜야 하는 말이 되어버렸어.

엄마가 떠난 뒤,

말하지 못한 것들을 적기 시작했어.

펜을 잡으면 멈출 수가 없었고

쓰다 보면 눈물이 먼저 떨어졌어.

그렇게 써 내려간 편지가

어느새 백 페이지가 넘었어.

엄마, 나 이렇게

엄마를 많이 그리워하고 있어.

아마 평생 그럴 거야.

사실 엄마를 마지막으로 봤던 날,

내가 너무 못됐었어.

내 마음이 다치기만 했다고,

엄마 마음은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차갑게 굴었던 거… 너무 미안해.

그래서였을까.

엄마가 떠난 후 매일 꿈에 나와달라 빌었어.

딱 3주 되던 날 처음 꿈에 나왔을 때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엄마를 안고 엉엉 울었어.

그때 엄마도 말 없이 안아줬어.

늘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마지막 꿈에선

엄마가 환하게 웃고 있었어.

아무 말도 없이,

그냥 그렇게 웃기만 했어.

그 모습이 어쩐지

“괜찮아. 이제 됐어.”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날도 한참을 울었어.

이 책에는

엄마와 나의 시간을

다 담을 수 없었어.

다 적을 수도 없었고,

다 견딜 수도 없었어.

하지만 이건

내가 딸로서

엄마에게 남기는 책이야.

엄마라는 이름을 따라 살아온 시간,

그 그리움과 사랑과 후회의 기록.

그리고 언젠가

내 아이가 이 책을 펼쳐보게 된다면,

그 애도 알게 되겠지.

사랑이 얼마나 무겁고,

얼마나 오래 남는 건지.

엄마,

아직도 많이 보고 싶어.

여전히 부르고 싶어.

그리고

이름 하나만으로

내 삶을 이끌어준 엄마,

내 인생의 전부였던 사람.

이 책은

그 이름에게 바치는

딸 혜림이의 마지막 인사야.

고맙고, 사랑하고,

끝까지 미안했던 마음을

조용히 담아 보내.

늘 그랬듯,

말 없이 꼭 안아줄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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