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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짓는하루 Nov 06. 2021

어쩌다 직장인

맞는 것 = 맞추는 것

<퇴근하고 가끔 가는 한강, 마음이 탁 트인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햇수로는 7년, 연차로는 8년 차다. 텀 없이 쭉 일을 해왔다. 직무도 한결같이 언론홍보만 했다. 사실 어떤 일이든 그렇겠지만, 언론 홍보라는 일은 체질에 맞지 않으면 오래 하기 힘들다고들 하니 사람들이 일이 잘 맞는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지는 않는지 물어본다. 그럴 때 요즘 내 대답은 이렇다.


"잘 맞아요. 예전에는 저랑 진짜 잘 맞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좀 더 시간이 지나 보니 이 일만 해봐서 이 일이 맞는 건지 하다 보니 맞게 된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세월이 쌓이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이렇게 쭉 하다 보면 그 일과 내가 맞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기본적으로는 일 자체가 적성에 잘 맞고 보람과 즐거움을 느낀다. 힘든 건 어떤 일이든 힘들지 않은 일은 없으니 힘든 것은 일단 예외로 해두자. 그런데 진짜 내게 맞는 일인지 하다 보니 맞춰진 건지는 사실  모르겠다. 일을 하다 보면 몇 년 주기로 일이 맞지 않는 것 같은 슬럼프가 올 때가 있지만 그 시기만 지나면 다시 그저 이 일이 내 일이고, 체질이다 싶은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왔다. 힘들다는 이유로 쉽게 일을 그만두거나 포기하고, 혹은 직무를 바꾼다면 다른 일을 해도 마찬가지 아닐까. 사회생활과 일이 손에 익고 진짜 내 일이 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세월이 필요하고 버틸 줄 아는 맷집을 길러야 한다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맞는 말도 아니다. 나랑 안 맞으면 바꿔도 보고, 포기도 해보고 다른 일에 도전해서 어쩌면 나와 더 잘 맞는 것을 찾아 더 잘 됐을 수도 있다. 도전보다는 적응을 위해 더 노력해온 내 삶이 좀 아쉽기도 하다. 물론 적응이라는 것도 도전과 다름없다. 적응하기 위해 매 순간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노력 자체가 도전이니까.


이렇게 보니 나는 늘 맞추는 것에 익숙한 사람 같다. 내가 좀 힘들고 불편해도 상대에게 맞추는 것이 마음 편하고, 사회생활이나 일을 하다가 안 맞다고 생각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올 때도 어떻게든 적응하려 애썼다. 인생을 살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게 되고 다양한 일이 생기는데, 그럴 때마다 나와 다르다고 혹은 맞지 않다는 이유로 내가 사람들과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면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어떤 상황과 사람이든 적응할 줄 알아야 세상 살기가 편하다. 편하다는 게 진짜 마냥 편하다는 건 아니고, 내가 내 주위를 편안하게 바라보고 편안하게 느껴야 내 주변도 나를 편안해하는 그런 이치랄까.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면 나만 남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남도 나에게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 모든 관계나 상황에서 일방적인 건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다. 가끔 예외도 있지만 그건 상식 밖의 케이스니 난제다.


아무튼 어쩌다 직장인이 되어 어쩌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구나. 그런데 돌이켜보니 매 순간은 많은 상황과 사람들과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었구나 싶다. 직장인으로 산다는 건 단순히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수많은 일을 겪고 사람들을 마주하며 세상과 삶을 이해해나가고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 과정은 앞으로도 인생을 살아가며 평생 겪어나가야 한다는 것을. 아직은 젊은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살아가면서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포용할 줄 아는 진짜 어른으로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럼 할머니가 될 즈음에서야 삶이 진짜 편안하게 느껴질까. 아무튼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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