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간 대청소를 했더니 몸이 노곤했다. 주말의 끝자락 일요일 저녁에 이 노곤함을 풀어줄 밥상을 고민하다가 분식으로 결정했다. 뭔가 밥 말고 매콤한 떡볶이에 바삭한 튀김이 당겼다. 그래도 밥 없으면 섭섭하니 주먹밥 정도 곁들이는 걸로 메뉴를 정하고 마트에 가서 각종 떡볶이 재료를 사 왔다. 튀김 대신 간단하게 군만두로 대체하기 위해 냉동만두도 샀다.
물에 다시마와 새우를 넣고 고추장, 고춧가루, 소금, 간장, 설탕을 넣어 양념한 채 육수를 내다가 떡, 어묵, 소시지를 넣고 조금 익어갈 무렵 대파, 양파를 넣고 마지막에 양배추를 넣어 익힌다. 만두는 스프레이 올리브 오일을 뿌려 종이 포일을 깐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구웠다. 집에 참기름이 떨어져 주먹밥에도 아쉬운 대로 올리브 오일을 소량 넣었더니 나름 윤나는 주먹밥이 완성됐다.
분식 한상을 차리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뭔가 집밥이지만 다른 느낌으로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집밥 메뉴다. 어릴 때부터 떡볶이를 워낙 좋아해 자주 먹었는데, 한동안은 정말 '밥' 위주로 열심히 먹다 보니 잠시 떡볶이에 소홀했다. 오랜만에 만드는 떡볶이라 이것저것 재료도 구색을 갖춰 만들었더니 모양도 맛도 좋았다.
정말 찐 한식 메뉴 위주의 집밥을 해 먹다가, 분식 메뉴로 만드니 정갈한 '집밥의 정석' 한식에서 벗어나 조금 일탈을 하는 기분이 들어 더 즐거웠다. 일명 분식 일탈(?). 어릴 때 엄마가 항상 저녁밥 먹기 전에 군것질하지 말라고 잔소리하셨는데, 친구랑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 사 먹을 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물론 한참 많이 먹을 청소년 시절에 겨우 작은 삼각김밥 하나 먹고 배부를 일 없으니, 마치 아무것도 먹지 않은 듯 엄마표 집밥을 한 공기 먹는 건 거뜬한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항상 엄마에게 삼각김밥 하나 사 먹었다고 솔직하게 자백을 하곤 했다.
내가 어릴 때는 마트나 슈퍼가 익숙했고 특별히 편의점에 갈 일이 없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그때 당시 첫 입문한 삼각김밥은 뭔가 신기했다. 포장 벗기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는데, 실패하면 밥과 김이 분리되는 참사가 발생해 친구랑 웃기도 했다. 종종 친구들과 집 앞 김밥천국에서 순두부찌개, 쫄면, 떡볶이를 사 먹었는데 그것도 별미였다. 분명 엄마표 집밥이 더 맛있고 영양 가득한데 친구들과 먹는 분식은 또 다른 특별한 맛이 있는 것. 가끔 집밥 대신 친구들과 먹었던 분식은 아직까지도 내게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지금 그 메뉴들을 다시 먹어보면 그때 그 맛이 안 나는 걸 보니, 맛보다는 역시 재미로 먹었던 게 아닌가 싶다.
주말 내내 청소만 하다가 주말이 끝난 반듯한 일상에 집밥마저 반듯한 밥과 국, 반찬 대신 분식으로나마 일탈하며 즐겁게 마무리 한 하루에 옛 추억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