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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짓는하루 Jul 25. 2021

외로운 자취생, 퇴근 후 공허함을 집밥으로 채우다

비대면 시대가 가져온 나 홀로 일상 / 된장찌개 레시피

<자취하는 직장인의 외로운 마음을 달래주는 된장찌개>           레시피 하단 참고

코로나19 장기화로 사람들과 교류하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 물론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카톡으로 언제나 비대면 교류할 수 있지만, 직접 얼굴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소소한 행복의 빈도가 줄다 못해 쪼그라들었다. 코로나 직격탄이다.


자취하는 직장인의 라이프는 고독해졌다. 퇴근 후 친한 동료들과 모이는 자리나 주말에 친구들과 맛집을 가는 일상이 조심스러워졌다. 사실 나는 집순이지만, 집순이도 지나치게 집콕하는 일상은 힘들다. 종종 약속을 잡아 사람들을 만나긴 해도 여전히 조심스러운 날들이다.


서론이 길었다. 아무튼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외롭다는 말이다. 퇴근하고 오면 회사에서 있었던 기쁜 일, 힘든 일, 보람찬 일과 같은 온갖 수다거리가 생기는데, 이런 소소한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 평일 내내 간절히 기다려온 주말은 정작 할 일이 없어 지루함에 이불속을 뒹굴거리며 몸부림치기 일쑤다.


그래서 집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싶어 고민하다 퇴근 후 간단한 저녁 식사나 간식을 만들며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는 시간이 제법 많은 만큼 손이 많이 가는 다양한 요리를 시도해본다. 게다가 외식이 조심스러워지니 더욱 밥 차리기에 열심이다. 원래도 집밥이 취미였지만, 취미를 넘어선 일상으로 완전히 자리잡는데는 외로움이 한몫한 것.


이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집밥 메뉴는 된장찌개다. 우선 조리법이 간단해 퇴근 후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빨리 만들기 좋다. 스트레스받아 속이 껄끄러운 날에는 된장찌개에 밥 말아먹으면 속이 시원하게 풀린다. 느지막이 일어나는 주말 아침은 구수한 된장 끓는 냄새가 여유를 더해주고, 빨간 국물요리 보다 자극적이지 않아 편히 먹을 수 있다. 헛헛할 땐 엄마가 어릴 적 끓여주던 된장찌개를 떠올리며 요리해 마음을 채운다. 그래서 자취하는 직장인인 나의 최애 메뉴이자 소울푸드다.


공허하고, 외롭고, 때로는 지루해 미치겠는 마음을 채워주는 집밥 덕분에, 이 팍팍하고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있다. 집밥은 나와의 소리 없는 대화이며, 내 마음을 가장 잘 알고 달래주는 베스트 프렌드다. 집밥을 만드는 행위가 나의 외로움을 온전히 채워주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나마 덜어준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제 아무리 베프라고 해도, 외로움은 나의 몫이니까.


*된장찌개 레시피

1) 만드는 법 : 물에 된장을 풀고 다시마 한 조각과 표고버섯 가루를 넣고 국물을 우린다. 두부, 버섯, 양파, 파, 호박, 청양고추 등 집에 있는 재료를 썰어 넣고 중불에 끓이다가 채소가 익고 국물 맛이 진해지면 먹는다.


2) 요리 팁 : 된장은 물이 끓기 전 찬물 상태에서 넣어야 된장 덩어리가 더 잘 풀리는 것 같다. 난 집에 다시마와 표고버섯 가루가 있어 넣는 것 뿐이니, 각자 집에 있는 멸치나 다시팩 등 있는 재료로 활용하자. 들어가는 채소도 마찬가지로 있는 것만 넣자. 혹시 집에 다양한 채소가 없다면 양파만 듬뿍 넣고 끓여도 맛있다. 양파 특유의 단 맛이 된장과 어우러져 국물이 우러나면 제법 깊은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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