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여섯 번
일 년이면 이천 백 구십 번
나를 아프게 하는
아이가 있어요
물을 먹으라 하면 물을 먹고
많이 먹으라 하면 많이 먹고
먹지 말라고 하면 먹지 않고
선생님 말보다
엄마 말보다
그 아이가 더 무서워요
내 몸속에 있는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말을 안 들으면
나를 더 괴롭히는 고약한 친구
오늘도 나는
내가 그 아이인지
그 아이가 나인지
알 수 없어요
가죽처럼 빳빳해진 손가락이
내 손가락인지
그 아이의 손가락인지
열 손가락에 그 아이가 사는지
그 아이의 손가락에 내가 사는지
인슐린이 당을 먹는지
당이 인슐린을 먹는지
당이 나를 살리는지
당이 나를 힘들게 하는지
알 수 없어요
어느 날,
‘당뇨’라는 고약한 친구가 내 몸속에 들어온 후로
나는,
하루에 여섯 번 다시 살고
일 년이면 이천 백 구십 번 새로 태어나요
5년 전쯤 소아 당뇨를 앓고 있는 아이가 있었어요. 그때만 해도 연속혈당측정기와 인슐린 자동 주입기가 상용화되지 않았던 때인데요. 그 아이는 사춘기를 맞이하며 혈당이 오르락내리락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손가락을 찔러 혈당을 측정했어요. 손이 가죽처럼 빳빳해져 피가 잘 나지 않는 날도 있었죠. 그 아이를 매일 두 번씩 만났는데 그때의 마음을 썼던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