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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붉나무 Jan 28. 2024

보건실 시

적외선 램프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나만 비춰줘


따뜻한 눈으로

오래오래

나만 비춰줘


눈이 빨갛게

달아오르도록

나만 비춰줘


우리 엄마

떠난 후, 나는

매일 배가 아파


왠지 아파야할 것 같아서

아픈지도 몰라


엄마 옆에 누워

잠들던 때처럼

잠들고 싶어


적외선램프야,

나는 네가 따뜻하게

나만 비춰줘서 좋아


부모가 이혼을   모르는 1학년 아이가 있었는데요. 엄마가 미국에 가서 아주 오래 있다가 오는  아는  아이는 할머니와 아버지와 살았는데 자주 배가 아프다고 왔었죠. 그해 초겨울 비가 오는  운동장에서 놀다가 비를 쫄딱 맞고 왔었지요. 그날은 배가 아파   같진 않고 추워서 왔던  같았어요.   없이 적외선찜질을 해줬는데 금세 잠이 들었어요. 쌔근쌔근 잠자던 그 아이는 지금쯤 스무 살은 되었겠네요. 보건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어떤 장면이나 어떤 아이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때가 있어요.  아이가 어느 날 '적외선찜질기'가 좋다고 말하던 그 순수한 얼굴이 그랬던 거 같아요. 초등학교에서 이혼 가정의 아이들이 의기소침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자주 보는데요. 아이가 상처를 덜 받도록 솔직하게 아이에게 이야기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또, 부모가 헤어진 만큼 함께하는 시간이 적을테니 밀도 높은 관심과 사랑을 주려 노력해야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만나는 주변 어른들도 편견없는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리라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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