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이혼을 한 줄 모르는 1학년 아이가 있었는데요. 엄마가 미국에 가서 아주 오래 있다가 오는 줄 아는 이 아이는 할머니와 아버지와 살았는데 자주 배가 아프다고 왔었죠. 그해 초겨울 비가 오는 날 운동장에서 놀다가 비를 쫄딱 맞고 왔었지요. 그날은 배가 아파 온 거 같진 않고 추워서 왔던 거 같았어요. 할 수 없이 적외선찜질을 해줬는데 금세 잠이 들었어요. 쌔근쌔근 잠자던 그 아이는 지금쯤 스무 살은 되었겠네요. 보건실에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어떤 장면이나 어떤 아이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 아이가 어느 날 '적외선찜질기'가 좋다고 말하던 그 순수한 얼굴이 그랬던 거 같아요. 초등학교에서 이혼 가정의 아이들이 의기소침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자주 보는데요. 아이가 상처를 덜 받도록 솔직하게 아이에게 이야기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또, 부모가 헤어진 만큼 함께하는 시간이 적을테니 밀도 높은 관심과 사랑을 주려 노력해야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만나는 주변 어른들도 편견없는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리라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