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여전히 사랑스럽다. 특히 대체공휴일이 껴있는 주말은 더더욱. 더 행복한 주말을 위해 이번에는 꽃을 사보았다. 얼마 전 남편이 사다 준 꽃은 이틀 만에 죽어버렸는데 검색을 해보니 물을 하루에 한 번씩 갈아주어야 한단다. 내가 꽃을 죽인 셈이다. 이런 기초적인 상식도 없는 주제에 예쁜 꽃은 좋아하고... 이번엔 꽃을 살려봐야지.
금요일에 퇴근하고 혼자 꽃집에 들러 보라색 꽃을 샀다. 예쁜 꽃병도 샀다. 보라색 꽃의 이름은... 분명 들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꽃잎이 밀푀유처럼 겹겹이 포개져 있고 노란색 수술이 적절하게 중심을 잡고 있다. 코를 대어보니 비릿한 꽃향기도 난다. 날 것 그대로의 향기.
새로 사 온 꽃병에 꽃을 꽂으니 줄기가 길어 꽃이 자꾸만 아래로 처졌다. 줄기 밑동을 조금씩 대각선으로 잘라 대강 키를 맞춰 다시 꽂아본다. 굳이 대각선으로 자르는 이유는 그래야 꽃이 물기를 더 잘 머금는다나.
예쁘고 아름다운 것도 내 손만 닿으면 망가지는데 이번 꽃은 내가 줄기를 자르고 잎을 떼내고 마음 가는 대로 대충 꽂아놓아도 역시 예쁘다. 생명력이 보통이 아니다.
다시 월요일 아침. 역시 월요일은 정말 지독한 놈이다. 식탁 위에 놓아둔 꽃을 보아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쓰레기를 버리려다 재활용 봉투에 남편이 사다 준 꽃이 바짝 시든 채로 힘없이 담겨 있는 것을 보았다. 씁쓸하지만 슬프지는 않다.
꽃은 원래 자신이 왔던 곳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꽃처럼 세상에서 사라질 수는 없으니 다시 출근을 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