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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진 Feb 16. 2022

콜레라 시대의 사랑 1,2

'다시, 책은 도끼다’의 마지막 장에 소개된 책. 마침 중고로 1,2권을 모두 사두고 책장에만 고이 모셔두었어서 바로 찾아 읽었다. 책을 읽는 도중에 ‘다시, 책은 도끼다’에서 작가가 언급한 몇몇 구절들을 마주하게 되면 유독 반갑고 즐거웠다. 


‘그리고 왕자와 공주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마무리되는 해피엔딩. 이 책은 그 이후를 담고 있다. 만성 변비를 앓으며 관장약을 달고 사는 남주와 아름다운 미모와 몸매를 결국 세월에 뺏기고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으며 비만이 되어가는 여주. 얼마나 현실적인가. 이슬만 먹고살 것 같은 동화 속 주인공들도 결국 밥을 먹고 똥을 누고 실수를 저지르고 후회하는 인간적인 속성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당연하지만 유쾌하게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세속의 가치와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고 고민하는 인간들의 수많은 방황과 번뇌는 영원한 것이며, 그것에 대한 답은 시대를 불문하고 각자의 마음속에 담겨 있을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읽었다. 


흥미로운 사실 두 가지

     ‘필경사의 거리’가 있었다는 사실. 문맹률이 높았던 시대에 글을 제대로 읽고 쓸 줄 아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였고 이들은 소위 ‘필경사의 거리’에 모여 지내면서 법률 서류나 증서, 심지어는 연애편지까지 대신 써주곤 했다니. 각자의 설렘을 안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어떤 말을 전할까 고민하며 옹기종기 모여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을 청춘들이 있었다니… 너무 낭만적이다.   


     19세기 말이었지만 공중위생 개념이 매우 빈약했다. 병원 침대 다리에 물항아리를 괴어 두면 균이 침대 다리를 타고 올라오지 못한다고 믿었던 것이나, 정장을 하고 세무 장갑을 낀 의사가 수술을 집도했던 일(신의 가호 아래 엄숙하고 진지한 태도로 수술에 임해야 수술이 사고 없이 잘 끝난다고 생각했다고), 화약을 터뜨리면 균이 죽는다는 미신이 통용되던 사실 등등. 불과 한 세기가 지난 지금, 현대 과학의 시선으로 볼 때 너무나 터무니없는 이 사실들을 맹신하고 엄격하게 고수해온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신선하다. 동시에 당대에는 절대적 진리처럼 통용되던 미신들을 이제는 과학적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보아도 이런 것들을 미신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지금의 대중적인 과학지식을 만들어낸 인간들의 지성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후베날 아르비노의 구혼은 결코 사랑의 이름으로 제안된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가 제안했다고 하기엔 이상한 세속적인 재물들로 채워져 있었다. 즉 사회적, 경제적 안정과 질서, 행복, 눈앞의 숫자 등 모두 더하면 사랑처럼 보일 수 있는 것들, 그러니까 거의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만 제시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사랑이 아니었고, 이런 의문은 그녀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녀 역시 사랑이 실제로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 2권 중 78페이지
P. S. 알랭 드 보통의 ‘사랑의 기초’를 재밌게 읽었던 분이라면 이 책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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