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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밉나 Jun 07. 2021

'오! 주인님', 판타지와 로맨스의 잘못된 만남

MBC 드라마'오! 주인님' 비평 콘텐츠

 드라마에서 로맨스 판타지 장르는 탄탄한 세계관이 있다면 실패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장르다. 비일상적인 세계관 속, 남녀 주인공이 사랑하는 이야기는 같은 사랑이야기라도 더 흥미롭고, 색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MBC는 <W>, <킬미힐미>, <어쩌다 발견한 하루> 등 높은 시청률 혹은 화제성을 기록한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가 많았기에 이 장르에 특히 더 애정을 느낄 것이다. 이번 ‘오! 주인님’도 많은 사람들에게 색다른 궁금증을 선사했다. 교통사고로 죽었지만 49일의 시간이 주어진 남자 주인공. 부활이라는 판타지와 까칠하던 그가 누군가를 좋아하며 겪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더해져 만들어진 작품 ‘오! 주인님’은 시청자들에게 사랑하는 순간의 따뜻함을 전달해줄 수 있었다. 그러나 인상 깊었던 내용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드라마 속에서 발견했던 아쉬운 점과 함께 ‘오! 주인님’을 더 들여다보고자 한다.  






1. 한없이 착하거나, 한없이 답답하거나

 최근의 드라마 트렌드는 단연 ‘사이다 전개’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은 물론이고, 전개마저 답답하지 않아야 한다. 미운 행동을 하는 악역이 애매하게 행동하는 주인공보다 더 사랑받는 시대다. 그러나 ‘오! 주인님’에서 쿨하고 능동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이다 인물’은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자 주인공 ‘주인’은 자신을 캐스팅하고 싶지 않다는 비수와 동거를 하게 되면서 ‘갑’인 집주인이 되었지만, 사실상 ‘을’이었다. 남자 주인공 ‘비수’가 개인적인 일로 힘들어하면 언제나 기다렸고, 좋아한다는 이유로 힘들어도 참고 또 참아주었다. ‘비수’가 말 못 할 사정으로 ‘주인’과 헤어지려 한참 못된 말로 상처를 줌에도 불구하고 ‘주인’은 계속해서 붙잡는다. 이런 ‘주인’의 수동적인 모습은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미련할 만큼 한없이 착한 캐릭터로 각인될 수밖에 없었다.

 전개에도 ‘사이다’는 없었다. ‘주인’은 자신을 좋아한다는 ‘비수’와 ‘유진’에게 ‘나는 둘 다 좋아해’라는 말을 한다. 두 사람에게 신중한 성격이라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던 ‘주인’의 말은 옛날이라면 마음이 여리고 남자 주인공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는 여자 주인공의 정석으로 인식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저 어장관리를 하는 인물에 지나지 않았다. 더욱 황당한 것은 남자 주인공들이 이 말에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각각 한 명씩 데이트를 하고 한 명을 선택하라며 오히려 어장 관리를 하는 ‘주인’에게 선택권을 준다. 그러나 7화까지 오면서 ‘주인’의 마음이 ‘비수’에게 가있다는 것은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도 알고 있다. 로맨스의 하이라이트인 케미가 아직도 나오지 않았는데 ‘주인’은 여전히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심지어 ‘주인’이 이미 ‘비수’를 좋아하고 있음을 스스로 알아챘음에도 불구하고 고백에 대한 대답을 요구하는 ‘유진’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한다.


 시청자들이 로맨스를 보는 이유는 쉽게 말해 ‘설레기 위해서’이다. 보통 로맨스 드라마의 6화는 두 주인공이 썸을 타다 그 감정이 극에 달아 사랑을 시작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그러나 ‘오! 주인님’은 9화가 되어서야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시작한다. 드라마 절반을 넘길 때까지 두 사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애매한 대답을 내놓았던 ‘주인’의 모습은 전형적인 옛날 로맨스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밖에 없었다.



2. 여자 주인공만을 바라보는 순정파 서브 남주의 매력

 삼각관계에서 서브 남자 주인공의 매력을 빼놓고 로맨스 드라마를 만들 수는 없다. ‘서브병 걸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브 남자 주인공의 매력이 드라마의 재미를 더 높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서브 남자 주인공이 매력 있는 캐릭터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다. 돈만 많고 언제 어디서나 여자 주인공만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인생에서도 내가 없는 인물이 아니라 그 인물만의 특별한 서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오! 주인님’의 유진은 그만의 서사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만 바라봤다. 학창 시절도, 파리에서도, 한국으로 돌아와서, 다시 파리로 돌아갈 때까지. 모든 순간이 ‘주인’이었다. 이런 ‘유진’의 모습은 매력이 없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하다. ‘주인’에 대한 사랑과 ‘비수’를 향한 질투에서 비롯된 가짜 연애서부터 부담스러운 선물 공세, 더 나아가 분명 ‘주인’이 그를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시절 추억만 반복해서 언급하며 결혼을 하자고 프러포즈하기까지. 드라마 속 ‘유진’의 모습은 파리로 돌아가는 순간까지도 ‘주인’ 을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내비치며 순박한 서브 남자 주인공의 아름다운 짝사랑으로 마무리되고자 했다. 그러나 가볍게 던진 드라마 속 대사가 논란으로 번지고, 미세한 행동에 들어있는 폭력적 정서가 쉽게 발견되는 현재, 과연 ‘유진’이의 이런 맹목적인 짝사랑이 서브 남자 주인공의 매력으로 보일 수 있을까? ‘한결같이 나만 바라봐주는 남자 주인공’이 매력적인 시대는 끝났다. 한결같이 나만 바라본다는 말에 두 얼굴이 존재함을 사람들은 이제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3.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판타지

 시간이 멈춘 것처럼 나와 그를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멈춰있다. 방금까지 옆에 있던 사람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마법처럼 손가락만 까딱하면 세상이 달라진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면 어떨지 생각해보자. 순간적으로 내가 지금 판타지 속에 들어와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까? 아니다. 5분, 한 시간, 아니 하루를 보내도 내가 비일상적인 순간을 겪었다고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간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들이 이를 부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말도 안 돼.’ 말과 행동, 표정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감정이 담겨있어야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도 같이 판타지적 세계에 서서히 젖어 들어갈 수 있다.

 ‘오! 주인님’에서 판타지적 요소를 쉽게 느낄 수 없었던 것은 판타지 세계관을 드라마 후반부가 될 때까지 ‘비수’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인’은 ‘비수’가 베니싱 현상 즉,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에도 큰 감정의 변화가 없다. 갑자기 없어져도 괜찮다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주인’의 모습은 드라마 속 판타지적 요소를 겨우 ‘비수’가 ‘주인’의 한결같은 마음을 확인하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듯 한순간에 일상적이고 평범한 요소가 되어버린 판타지는 ‘오! 주인님’이 전하고자 했던 사랑의 따뜻함이라는 교훈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게 만들었다.


4. 오! 주인님’이 전하는 메시지, 사랑을 해야만 하는 이유

 ‘사랑하며 살아갈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사랑을 하면서 하루하루의 소중함과 함께하는 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죽음으로 가는 그 여정에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고통 속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비수’가 결국 49일이나 생명이 연장될 수 있었던 것은 교통사고로 죽은 아빠의 사랑 덕분이었고, 시한부 판정을 받은 비수의 엄마가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에 편안할 수 있었던 것은 친구들과 아들이 함께했던 시간 즉, 그들의 사랑 덕분이었다. 사랑하는 순간의 따뜻함이라는 ‘오! 주인님’의 메시지는 좋은 메시지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전달이 될 수 없었다. 옛날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삼각관계도, 위기의 순간에 모두를 답답하게 하는 캐릭터의 설정값도 드라마의 진짜 매력을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방해하는 쪽에 가까웠다. ‘비수’와 ‘주인’이 사랑을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비수’가 자신을 살려주었던 화이트맨의 정체를 ‘주인’과 같이 알아가는 과정을 그려나갔다면 어땠을까. 서로의 마음과, 죽어서도 아버지는 자신과 엄마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가족 간의 사랑도 깊게 느낄 수 있는 판타지 휴먼 드라마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진심으로 닿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그 드라마만의 매력이다. 콘텐츠의 매력을 감소시킬 수 있는 드라마 성공 법칙은 그 드라마에 있어서만큼은 절대 성공요인으로 작용할 수 없다는 것이 ‘오, 주인님’이 주는 또 다른 메시지가 아닐까? 로맨스와 판타지의 잘못된 만남. 다음 작품에서는 시청자들을 위한 따뜻한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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