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씽크 4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가영 Jun 07. 2021

드라마가 지루할 땐 고개를 들어 공모전 당선작을 보라

 공모전 당선작의 매력은 무엇일까. 뭐니 뭐니 해도 기성 작품들에서 엿볼 수 없던 신선함일 것이다. 여기 신선함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은 세 편의 MBC 드라마 공모전 당선작이 있다. 2020년에 방영된 <꼰대 인턴>과 <십시일반>, 그리고 따끈따끈한 신상 드라마 <목표가 생겼다>이다. 


<목표가 생겼다행복을 망치려 했는데요행복을 찾았습니다

 인간마다 삶의 목적은 제각기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행복한’ 삶을 갈망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드라마 <목표가 생겼다>의 주인공 소현은 조금 다르다. 평생을 불행하게 살아온 이 아이의 목표는 행복한 삶이 아니다. 그의 목표는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이들의 행복을 망치는 것이다.       

   

 스토리만 들으면 상당히 살벌한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복수를 꿈꾸고 킬러의 모습과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살벌한 줄거리와는 다르게 극의 분위기는 꽤 발랄하고 유쾌하다. ‘행복한 치킨’의 사장 재영에게 복수를 꿈꾸며 치킨 가가에 취업한 소현.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복수는커녕, 행복을 빼앗아야 할 사람과 함께하며 점점 행복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목표와 감정의 괴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현, 그는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          


 당장 서점에 가서 베스트 셀러 코너를 쭉 뒤져보면,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단어가 ‘행복’이다. 그만큼 우리가 행복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인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행복’이라는 주제 자체를 다루는 드라마는 찾아보기 힘들다. 철학적인 이야기가 되거나 극의 분위가 무거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에 대한 류솔아 작가의 대답은 간단하다. “그렇게 심각할 필요 있어?” 행복이라는 것에는 정답이 없듯, 그는 담담하면서도 유쾌한 목소리로 그의 행복을 그려나간다. 막막하고 답답한 세상에, 그가 들려주는 소소한 행복 이야기는 위로가 필요한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토닥임을 건네준다.           



 <꼰대 인턴> Z세대의 외침우리는 이해를 강요받기 싫습니다

 어디서부터 유래되었는지도 아리송한 단어 꼰대는, 기성세대에 대한 Z세대의 인식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단어이다. 혐오 표현으로도 비추어질 수 있는, 그래서 상당히 민감한 이 주제를 가장 유쾌하고 신선한 방식으로 브라운관에 가져다 놓은 작품이 있다. 바로 신소라 작가의 당선작 드라마 <꼰대 인턴>이다.          

 제목 그대로, 인턴이 된 꼰대의 이야기이다. 사실 이러한 설정 자체는 다른 작품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차별점은 ‘꼰대 인턴’을 대하는 Z세대의 태도에 있다. 연장자의 존재를 불편하고 어렵게 묘사했던 여타 작품과 달리, 꼰대 인턴의 직원들은 그를 대하는 것에 거침이 없다. 처음에는 연장자라는 이유를 그를 배려해주는 듯하지만, 조금의 실수라도 할 때는 다른 인턴과 마찬가지로 혹평을 서슴지 않고, 때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를 이용하기도 한다. 나이는 더는 벼슬이 아니라는 Z세대의 인식을 정면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세대 간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도 인상적이다. 세대 갈등을 다룬 기존의 드라마는 그 해결책으로 감정에의 호소와 이해의 강요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즉, 자신이 싫어하던 직장 상사의 모습에서 부모님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던 것과 같은 식의 감정적 동정 등이 계기가 되어 갈등 해결이 이루어지고, 서로를 ‘이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그러나 <꼰대 인턴>에서는 한쪽이 무조건 이해받아야 하는 존재로 그려지지도, 비참한 존재로 그려지지도 않는다. 협력과 갈등을 반복해나가며 철저히 ‘필요에 따른’ 자연스러운 이해만이 있을 뿐이다. 세대 갈등의 해결책은 강요받지 않은 이해라는 Z세대의 강력한 외침은 이 드라마의 대체불가 매력이다.          



<십시일반최종 빌런은 없다

 드라마에 큰 관심이 없는 엄마와 드라마를 볼 때 항상 나오는 질문은 “그래서 누가 나쁜 놈인데?” 이다. 이에 대한 대답을 가장 힘들게 만들었던 드라마가 바로 <십시일반>이다. 

 유명화가의 공개되지 않은 유서를 확인하기 위해 그의 집에 모인 다섯의 인물은 각각 한 알의 수면제를 그에게 먹인다. 그러나 수면제의 치사량은 5알로, 화가는 사망하게 된다. 그야말로 다섯 식구의 ‘십시일반’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이러한 플롯 구조는 메인 빌런, 즉 절대 악이 상정되고 그와의 갈등에 의해 극이 전개되는 기존의 드라마와 큰 차이가 있다. ‘적당히’ 악한 다섯 명의 개인이, ‘적당히’ 이기적인 각자의 의도를 가지고 행동할 뿐이며, 그 누군가가 특별히 악하게 묘사되지 않는다. 이는 개인의 사소한 행동이 집단으로 모여 어떤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없다는 작가의 주제의식을 강조한다.               


 이 지점에서 드라마 <십시일반>은 특별해진다. 최종 빌런이 등장하는 드라마에서 우리는 선에 쉽게 이입해 그의 승리를 바라지만, <십시일반>에서는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감상자의 위치에 머무르게 된다. 이는 매력적인 인물의 설정이 어려운 장르물에서 극에 대한 몰입을 높이는 훌륭한 장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강박적으로 절대 악과 절대 선을 설정해왔던 한국 드라마 세계에서, 최경 작가가 보여준 시도는 장르물 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모두 ‘GO MBC‘ 웹사이트

매거진의 이전글 <놀면 뭐하니?> MSG워너비 인기 비결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