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건축 공부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은 1931년에 완공되어 아직까지도 뉴욕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뉴욕의 역사적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1965년, 뉴욕시는 그랜드 센트럴 건물이 철거되는 것을 걱정하는 많은 시민들의 걱정과 터미널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함에 따라 이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을 도시 랜드마크로 지정하였다.
도시의 랜드마크를 보존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도시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에 중요하다. 그렇지만 땅 주인의 입장에서는 도시의 중심지에 이렇게 큰 땅을 두고 더 이상의 개발가능성을 배제한다는 것은 엄청난 손해이다. 부동산 자산의 측면에서 미드타운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그랜드 센트럴은 엄청난 개발 가치를 가지고 있다.
1968년 중반, 이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부지의 개발권 소유주인 Penn Central Railroad는 두 가지의 개발 대안을 내놓았다. 이는 모두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건물 위에 50층 짜리 거대한 오피스 건물을 얹히는 계획이었다. 아래의 사진으로 이 계획이 랜드마크의 정체성을 얼마나 위협하는 계획안인지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이 무시무시한 대안은 뉴욕 랜드마크 위원회 의해 거절당했지만, Penn Central Railroad 이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부지의 사용되지 않고 있는 공중권을 다른 개발자들에게 팔 수 있도록 허가하였다. 과연 자본주의의 중심인 뉴욕다운 해법이었다고 생각된다. Penn Central Railroad 입장에서는 이 또한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해 미국 대법원에 뉴욕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결국 대법원은 위의 제안들을 다 검토한 후, 이 랜드마크를 지키는 것에 동의하여 뉴욕시의 손을 들어주었다.
만일 대법원에서 대안들 중 하나를 선택해서 Penn Central Railroad 에게 개발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기차역으로서의 역할은 그대로 수행했을지 몰라도, 거대한 오피스 건물에 짖눌린 모습의 기차역은 역사적인 문화재로서의 그 아름다움과 상징성을 유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또한, 무려 50층이나 되는 오피스 건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어마어마할텐데, 과연 기차역을 이용하는 승객과 관광객들의 이동 동선과 오피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잘 계획되었을지 의문이다. 결국 이러한 불편함으로 인해 Penn Central Railroad 에서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미 그 상징성을 잃어버린 그랜드 센트럴 기차역을 선택하기 쉬울 것이다.
물론, 이것이 모두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는 없다. Penn Central Railroad는 오피스 타워의 임대를 통해 많은 수익을 남길 것이고, 주변의 상권들도 어쩌면 더 발전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뉴욕의 관문인 상징성을 가진 랜드마크를 잃어버리는 것은 경제적인 수익만으로 합리화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