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책을 좋아했고, 일기 쓰기를 매일 하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조용한 성격에 말수가 적어 드러나는 일이 잘 없었지만, 가슴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습니다.
자녀 교육을 핑계로 어머니가 저의 일기를 몰래 보신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때로는 어머니를 향해 때로는 나를 향해 글을 써나갔습니다. 글씨를 배우면서부터 회사에 입사하기까지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일기를 썼습니다.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친척 중에 가장 많이 배우신 외삼촌의 조언을 들어 공대에 진학했습니다.
전공 공부 말고도 하고 싶은 것이 많았지요. 그중의 하나가 동아리 활동이었는데, 저는 취주악부라는 이름을 가진 말하자면 윈드 오케스트라에 입단하여 활동하였습니다. 다른 분들은 이미 악기를 다룰지 아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저는 단순히 클래식 음악 듣기를 좋아한다는 호기만으로 입단했습니다.
전문가에게 레슨도 받고 매년 봄과 가을에 연주회도 참여하면서 실력은 늘어갔고, 군 복무도 군악대에 지원하여 다녀왔습니다.
저 스스로가 저는 창의적인 면이 좀 있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아마도 근원은 음악생활에 있었는지 모릅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을 때, IMF 이후 좁아진 취업문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수차례 면접 전형에서 낙방하기 일쑤였고, 결국 어렵게 설계회사에 입사하였습니다.
밤 낮이 바뀌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설계사 생활은 저와 맞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즈음 아내를 만나 교재를 시작했는데, 회사일로 인해 데이트조차 못해 스트레스받는 저에게 이직을 권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고까지 완고하게 자신의 뜻을 밝히는 어머니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 준비를 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즈음 특정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회사에서는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다른 회사들과 함께 일하는 합동사무실이 꾸려졌고 자정을 넘겨 퇴근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회사일을 마치고 새벽까지 공기업 시험공부를 시작하는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아침에 세수를 하다 코피를 쏟기까지 하면서도 지금 이겨내지 못하면 발전할 수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했습니다. 어머니에게는 이직을 준비하는 사실을 숨기고 있었기에, 아내의 응원이 힘든 생활의 유일한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드디어 꿈꾸던 회사에 입사하고 아내와 결혼하여, 지금에 이르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업무의 특성상 민원인부터 이해관계자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편인데, 경험이 쌓여갈수록 인간에 대한 혐오감이 생겨나더군요.
이즈음 뜻하지 않게 우리 가족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을 하던 차량에 받히는 사고였습니다. 이 사고로 몇 달 동안 운동도 못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레 나이 마흔이 지난 저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살게 하기 위해 사고가 난 것일지 모른다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주며 시작한 것이 블로그를 통한 서평 쓰기였습니다.
저를 힘들게 하던 인간 혐오증을 이겨내기 위해 저를 포함한 인간이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인간 본연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과거의 아픈 기억들이 녹아내리는 듯했습니다.
브런치 작가에 지원하면서 제가 어떤 글을 쓰면 좋을까 다시 고민해보았습니다. 그동안의 독서를 통해 얻은 경험들을 풀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소설을 통해 읽어낸 인간에 대한 본성에 대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서평에세이라 부를 수도 있겠고 인문학 관점의 에세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박웅현 작가의 "책은 도끼다"라는 작품이 어쩌면 가장 비슷한 형태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의 에세이는 좀 더 쉽고 좀 더 격식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문학 전공자도 아닐뿐더러, 체계적으로 글을 읽기보다는 끌리는 데로 블로그 이웃님들의 글을 보고 읽어보고 싶었던 작품 위주로, 작가별로 대표작 위주로 읽어왔기 때문입니다.
나이 마흔 중반의 회사원인 평범한 사람의 관점에서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내용들을 소소하고 진솔하게 풀어보고자 합니다.
저는 평소 책을 읽는 목적은 쓰는 데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부족한 글솜씨지만 작품들을 저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저의 경험들을 대입하여 결론을 도출해 볼 생각입니다. 한 권의 책을 한 단락으로 요약하고, 마지막에는 한 단어로 요약했을 때, 그때 나오는 단어들이 제가 에세이를 통해 나누고자 하는 키워드들이 될 것입니다.
브런치 작가로서의 첫 글은 그래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인 "희망"이라는 단어를 가져와 봤습니다. 나르시시즘과 인간 혐오의 늪에서 빠져나와 글쓰기를 시작하게 한 것은 단연코 희망이었음을 고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