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ongfamily
Jun 18. 2022
서랍 속 자작시 - 가지치기
삶의 가지들을 쳐낸 나의 삶의 후반전을 준비하며
가지치기
hongfamily
너무 웃자라버린
우리 집 나무를 보니
볼품없는 게 나의 인생 같다
무언가 결핍되어 한없이 위로만 자랐을 터
앞만 보고 달려온 나의 삶도
변변한 가지 하나 없는 것 아닌지
나에 대한 가지들
가족들에 대한 가지들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가지들이
풍성하게 매달려 있어
가지치기를 할 나이가 되었건만
주변을 둘러볼 틈도 없이 살았구나
아직 늦지 않았으리라 기대하며
가지치기를 하였다
가장 아래의 끝눈을 남기고 싹둑 잘랐다
나에게서도 무언가가 잘려나간 듯했다
몸통만 남은 너(나)를 바라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이파리 하나 없이
흙의 힘만으로 작은 싹을 틔우는 너를 보니
나도 다시 살아갈 희망을 가져본다
나를 바라보며
가족들을 바라보며
사람들을 바라보며
힘껏 싹을 틔워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