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hongfamily
Sep 16. 2022
상념
hongfamily
상념을 떨쳐버리고자
산책을 하였습니다
저는 걷고 있었고
바람이 불고 있었고
지렁이 한 마리가
길바닥에 말라죽어 있었습니다
지렁이는
땅 속 집이 물에 잠길까 싶어
살려고 기어 나온다는데
언제나 기어 나와 죽은 녀석만 보다 보니
기어 나오는 게 정답일까 의문이 듭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상념이 아니라
나이 드신 어머니의 건강 걱정입니다
앞으로는 나쁠 일만 있지 않겠냐는
어머니와의 통화 이후 어머니의 마음이
더 아픈 듯하여
저의 마음에도 먹구름이 가득합니다
비가 오면 탈출하는 지렁이처럼
저도 탈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을
숨겨야겠지요
평생을 겪어온 원망과 한을
몸이 아파 울적해진 마음속에 풀어놓은들
풀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걷다가
저는 그냥 물에 잠기기로 합니다
어머니의 마음이 풀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냥 들어주기로
그냥 위로해주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