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기념일이 겹치는 날. 아마 가장 많은 기념일을 보유한 날짜의 왕이 아닐까? 이 특별한 날을 선택한 명명자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이면서 보행자의 날이다. 이는 매우 직관적인 선택이다. 나란히 선 ‘1’을 연상시키는 형태의 직관적인 관찰에 기인했다. 이에 비해 유엔 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은 지성적이다. 1차 세계 대전의 종전 시점인 11월 11일 11시를 기려, 전몰 장병에 대한 추모와 묵념 의식이 오랫동안 유럽에서 있어왔다. 역사적인 그날의 기억에서 우리 정부는 11월 11일을 유엔 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로 지정한 것이다. 이날은 역사적인 추론에서 끌어낸 다분히 지성적인 선택이다.
마지막으로 11월 11일은 광고의 날이고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이는 다분히 형이상학적인, 이성적 명명이다. 광고의 다양한 분야가 하나(1)가 되길 바라고, 세상의 모든 광고인들이 하나(1)가 되길 소망하는 마음에서 광고인들은 이날을 광고의 날로 선택했다. – 하지만 나는 광고인의 관점에서 11.11일이 주는 매력적인 마케팅적 의미를 인식한 광고인의 직관이 어느정도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 더욱 재미 있는 것은 농업인의 날이 된 이유인데, 11을 十一로 읽고 이를 위아래로 조합하여 土를 만들어 이날을 흙이 두개 겹치는 농업의 날로 선정한 것이다. 매우 언어/개념적인 바탕에선 이성적인 접근법으로 만들어진 기념일이다.
이런 다섯 개의 기념일 중에서도 빼빼로 데이가 대표가 된 것은 마케팅적 차원의 지원도 있겠지만, 지성과 이성에 대비되어 갖은 ‘직관’의 강력함에도 기반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