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라는 말이 자주 들려옵니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말이죠.
기분이 태도가 될 때,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도 모르게 크고 작은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만약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침에 있었던 말다툼을 뒤로하고 교단 위에 섰을 때, 기분이 태도가 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오늘, 너희들 왜 이리 시끄러운 거야? 조용히 못해!?!”
“넌 오늘 또 지각이야? 걸핏하면 지각이나 하고. 조회 끝나고 교무실로 와.”
짜증 섞인 목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지고 그 짜증은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학생들도 덩달아 나빠진 기분을 태도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일터에서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사무실로 들어서는 과장님, 부장님께 잔소리라도 들었는지 얼굴이 잔뜩 굳어 있습니다. 사내 분위기가 어색하고 불편한 와중에, 대리님을 불러 이번 달 매출, 직원들 군기...... 어쩌고 하더니 점점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화를 내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용감하게 등장해 이 상황을 정리해주길 기다리며 나머지 직원들은 컴퓨터 키보드도 조심조심 두들깁니다.
그 화와 분노는 과연 어디로 갈까요?
집에서
지난 중간고사 성적표를 손에 받아든 엄마는 세상 무너진 듯한 표정입니다.
“그냥 학원을 다 끊어라. 이게 점수냐?”
“너한테 퍼부은 돈이 얼만데, 이 정도밖에 못해? 엉?”
그렇지 않아도 들인 노력에 비해 성적이 나오지 않아 속상한데 엄마는 그 속을 더 박박 긁어댑니다.
괜한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이어폰 볼륨을 높이고 귀에 꽂습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아, 나는 희망이 없어. 왜 이렇게 비참한 기분이 들지?’
기분이 바로 태도가 되어버리면 정말 피하고 싶은 장면들이 연출되네요.
여기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하버드대 뇌과학자가 들려주는 말이 있습니다.
들어보실까요?
나는 책임감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정의를 내린다.
책임감이란 ‘특정 순간 감각계로 들어오는 자극에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하는 능력’이다. 영어로 책임감을 뜻하는 ‘responsibility’는 반응response하는 능력ability이 아닌가.
우리 뇌에는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변연계감정 프로그램도 있는데, 하나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었다가 완전히 멈추는 데는 딱 90초 정도가 걸린다.
가령 분노라는 감정은 자동으로 유발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어떤 외부적, 내부적 계기로 인해 뇌가 분비한 화학물질이 몸에 차오르고, 우리는 생리적 반응을 겪게 된다. 분노를 느끼면 열이 오르기도 하고 얼굴이 빨개지거나 손에서 땀이 나기도 하고 목소리가 덜덜 떨리기도 하는 게 바로 그 이유다.
하지만 최초의 자극이 있고 90초 안에 분노를 구성하는 화학 성분이 혈류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면, 우리의 자동 반응은 끝이 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90초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화가 나 있다면, 그것은 그 회로가 계속해서 돌도록 스스로 의식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남은 모든 감정은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같은 양의 물이 든 컵을 보고도 물이 겨우 반밖에 안 찼다고 할 수도 있고, 반이나 찼다고 할 수도 있는 것처럼, 우리가 어떻게 감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말을 듣거나, 어떤 장면을 보았을 때 우리 뇌는 그 반응으로 일종의 프로그램, 즉 감정을 느끼는데 그 감정이 사라지는 데 90초가량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 감정이 계속 유지된다면 그것을 스스로가 선택한 결과라는 사실입니다.
예전에 어른들이 화가 나면 '참을 인(忍)'을 마음속에 몇 번씩 써보라곤 하셨는데 이게 바로 그런 뜻인가 봅니다.
그에 따르면 기분이 태도가 되는 것도 스스로의 선택에 따른 것이란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 뇌과학자는 바로 질 볼트 테일러 박사입니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뇌 연구에 열중하던 37세의 나이에 뇌의 죽음(중증 뇌출혈)을 겪으며 뇌에 대한 과학적 관찰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8년간의 회복 기간을 거친 후 책을 한 권 쓰는데요. 책은 출간 이후 미국은 물론 일본, 러시아, 프랑스, 독일 등 30여 개국에 번역되었고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TED 무대에도 올라 현재까지 2,600만 명이 본 최고 인기 강연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가 말하는 핵심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는 것.
그의 책을 읽은 오프라 윈프리는 듀크대 강연에서 질 테일러 박사의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선택한 감정, 즉 에너지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품고 타인에게 나누는 사람인지 부정적인 에너지를 타인에게 마구 뿌리는 사람인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므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지요.
그렇다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가 평소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1. 운동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옵니다. 몸에 힘이 있으면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갈 일이 적어지지요. 몸이 지치고 다운될 때 우리는 감정의 노예가 되기 쉽습니다.
2. 명상 혹은 기도
고요한 가운데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집중해봅니다. 산만하고 정신없어서 그냥 감정에 스스로를 내맡기기보다 명상을 자주 하다 보면 감정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생기게 됩니다. 명상은 자기를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간입니다. 하루 몇 분이라도 호흡에 집중하며 명상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3. 객관적 관점
얼기설기 꼬여버린 상황에 자신을 그대로 두기보다 한 발 떨어져서 자신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봅니다. 걱정과 불안을 내면에서 가중시키지 말고, 사안을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죠. 우리 뇌는 패턴화하는 걸 좋아해서, 무언가 잘못된 일들이 2가지 이상만 생겨도 그것들을 한데 모아 되는 일이 없다는 둥, 운이 나쁘다는 둥 모든 것들이 다 잘못되고 있다고 느낀답니다. 그럴 때 모든 걸 멀리 떨어져서 바라본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 보일 수 있겠지요.
찰리 채플린도 말했잖아요.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이외에도 책에는 뇌에 대한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이 나옵니다.
질문: 뇌는 한번 망가지면 복구 불가능한가요?
답: 아닙니다. 뇌는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아무리 많이 다쳐도 뇌는 스스로 변화를 거듭하며 배움을 향해 열려 있어요. 뇌는 언제든 계속 배울 수 있습니다.
질문: 좌뇌에서 출혈이 일어나면 모든 감각이 없어지나요?
답: 맞아요. 감각이 하나씩 사라집니다. 쓰기는 물론 말하기, 듣기, 숫자 감각이 하나씩 그 기능을 상실해갑니다. 다만, 이는 절반만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논리 감각이라고 할 수 있는 기능들은 사라져가지만 느낌과 직관의 감각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의식 없는 환자에 불과했던 시간, 나는 의사가 정말 나에 대해 진정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돌보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를 짐짝 취급하는 의사나 간호사의 차가운 손길과 말들은 나를 너무나 불편하게 했어요.
질문: 뇌가 우리의 감정과 반응을 결정하나요?
답: 아닙니다. 우리는 뇌를 다스릴 수 있고 스스로 사고와 감정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수한 뇌를 위해선 경쟁보다 놀이가 중요하다는 질 테일러 박사의 당부는 매우 신선합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도 경쟁보다는 놀이를 통해 교육할 때 뇌가 활성화된다는 사실입니다. 직장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야 할 때나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도 경쟁보다는 놀이를 하듯 의견을 나눌 때 뇌가 활발히 움직인다는 사실, 참 신기하죠?
알면 알수록 뇌는 참으로 신비로운 존재네요.
뇌에 대해 더 궁금한 분은 이 책을 참고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