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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술담화 Nov 24. 2022

막쿠르트는 야쿠르트 맛이 아니다?!

50가지 레시피 중에 최종 선택된 막쿠르트의 비밀

안녕하세요 막쿠르트 제작을 담당한 이수연입니다. 막쿠르트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죠.(웃음) 앞서 행운님은 막쿠르트 기획과 마케팅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는데, 저는 막쿠르트 생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술담화가 술도 만들어?

올해 술담화의 제품을 홍보한다고 여러 박람회를 참여하면서 느낀게 있습니다. 술담화가 술을 직접 만든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었죠.


술담화는 2020년 12월부터 3가지 탁주(막걸리)를 제작했었는데요. 그럼에도 PB 상품보다는 커머스인 담화마켓, 구독서비스인 담화박스 등이 주요 사업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노출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죠. 그래도 술을 양조하는 입장에서는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hy(한국 야쿠르트)와 콜라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술담화가 술을 만든다’라는 것을 대중들에게 각인할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막쿠르트는 어떤 술?

막쿠르트는 hy의 야쿠르트와 막걸리를 콜라보한 술인데요. 이제 막 전통주를 접하시는 분들에게 전통주를 친근하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사실 새로운 시도였어요. 막쿠르트 이전까지 담화탁주, 보일러 틀어놨어, 바텐더의 막걸리 이렇게 3가지 탁주(막걸리)를 선보였었는데요. 3가지 상품 모두 어느 정도 술담화를 알고 있고 전통주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소개하는 제품이었습니다. 기존의 제품에서 보기 힘든 부분인 단맛, 고도수 등을 더 많이 강조해 탁주의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했었죠.


반면 막쿠르트는 전통주 입문자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볍고 친근한 맛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왼쪽부터 담화탁주, 보일러 틀어놨어, 바텐더의 막걸리




야쿠르트 맛 vs 막걸리 맛

막걸리와 야쿠르트, 그 중심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사실 합성 향료나 분말을 이용해 쉽게 야쿠르트 맛과 향을 낼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러지 않았죠.


시장에는 야쿠르트 맛이 나는 제품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야쿠르트 젤리, 야쿠르트 아이스크림, 야쿠르트 슬러시 등등. 정말 야쿠르트 맛이 나더라고요. ‘막쿠르트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 이런 맛일까?’라고 물었을 때 ‘아니다’라는 결론이 나왔어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째는 한 번만 소비되는 제품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맛이 난다면 이걸 다시 사 마실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두 번째는 막쿠르트는 술이기 때문입니다. 아이스크림이나 슬러시는 디저트이기 때문에 야쿠르트의 당도와 산도를 유지하는 게 맞을 수 있는데요. 술은 디저트가 아니라서 야쿠르트의 색을 줄이더라도 목 넘김이 편하고 잘 먹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상적으로 생각한 막쿠르트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열었을 때는 야쿠르트 향이 나고, 
마실 때는 오히려 야쿠르트 맛은 나지 않고, 
마시고 나면 야쿠르트의 향이 남는 술

그래야 야쿠르트의 느낌도 내면서 음식과 먹었을 때 너무 달지 않고, 술만 마셨을 때도 맛있게 한 병을 끝까지 비울 수 있을 거로 생각했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야쿠르트 느낌을 내는 것에 소홀한 것은 아닙니다. 야쿠르트 같은 가볍고 청량감 있는 바디감을 연출하려고 노력했죠. 대표적으로 제성기*를 쓰지 않고 손으로 여과 작업을 진행한 점인데요. 제성기를 사용하면 쌀이 갈려 묵직한 바디감을 가지게 되거든요.

*제성기: 탁주의 발효가 끝난 후 원액을 걸러내는 여과기


전형적인 야쿠르트 제품의 맛에 끼워 맞추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까 오히려 사람마다 야쿠르트라고 생각하는 맛이 다 다르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개인의 선호도에 맞춰서 야쿠르트 맛을 어떻게 구현할까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그리고 그 부분은 시음회를 통해 해결해나가고자 했죠.





술담화 사무실에서 

가장 빨리 줄어들었던 레시피

술담화 내부에는 전통주 소믈리에분들도 많으시고,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많은 분이기 때문에 전통주로서 퀄리티가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판단했습니다. 반면 외부 시음회는 저희가 설정한 타겟에게 잘 맞는 레시피를 찾고자 했죠.


사실 초반에는 막쿠르트 맛에 대한 방향성을 못 잡아서 내부 시음회만 4차례 진행했어요. 게다가 시음회 설계를 잘못하기도 했었죠. 원래라면 비슷한 레시피끼리 묶어 시음회를 진행해야 해요. 예를 들어 유산균이 들어간 것 중에서 당이 높은 것과 낮은 것, 향료만 넣고 유산기 없는 것 중에서 젖산이 많이 든 것, 적게 든 것 이런 식으로요.



전설의 13종 시음회..

그런데 비슷한 레시피끼리 묶지 않고 13종을 한 번에 다 해버렸어요. 그렇게 하면 재료의 선호도로 평가가 내려져서 퀄리티에 대한 평가는 잘 이뤄지지 못하게 돼요. 그래도 여러 차례 시음회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프로세스를 가지고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 차례 시음회를 하면서 거의 50가지의 레시피로 막쿠르트를 만들었는데요. 재밌는 건 50종을 다 술담화 사무실에 놔두었는데 지금 판매되는 레시피의 막쿠르트가 제일 빨리 줄어들었어요. 술담화 사무실 냉장고에는 술이 잘 안 줄어들거든요. 비공식적으로 미리 인정된 셈이죠.




술담화의 술로 

술담화를 만나는 사람이 많아지길

막쿠르트 첫 생산을 마치고 아무도 맛보지 않았을 때 한 병을 가져가서 닭발이랑 먹었었는데요. 진짜 맛있더라고요. 요즘은 생산 때문에 바빠서 술을 잘 안 마시는데 그날은 한 병을 깔끔하게 비웠어요. 그걸 보면서 이 술 진짜 잘되겠다고 생각했었죠.


실제로도 출시되고 나서 반응이 좋은데요. 사실 생산하는 입장에서는 힘들기도 하지만 제가 생산한 술을 많은 분이 찾는다는 사실에 뿌듯합니다.


2022년 술담화 양조장의 목표가 ‘술담화의 술로 술담화를 만나는 소비자층을 만들자’ 이거든요. 막쿠르트가 그 목표에 딱 맞는 술인 것 같아요. 더 많은 사람이 막쿠르트를 재밌게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반짝하고 이슈성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사랑받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막쿠르트를 통해 술담화가 자체 제작하는 술에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술담화와 hy의 콜라보 제품, 막쿠르트가 궁금하다면 자세한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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