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새로운 친구, 새로운 선생님과의 적응 시간이라는 것도 가지고,
우리 아이에 대한 사회적인 성격도 차츰 파악되고 있다.
내가 집에서 겪는 아이의 모습은 단편적이라는 사실에 무척 놀라고 있다.
집에서는 그렇게 까불고 텐션이 올라가 있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는 조용하고 모범적이고 소심한 아이였다는 것도 알았다.
우리 가족은 셋 다 A형이라 트리플 스몰 a라고 자칭하기도 하고,
셋다 물병자리라 그런지 성격이 꼭 닮은 구석이 많은 것 같다.
그런 부분을 보면서 참 신기하기도 하면서
타고난 부분은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기도 하면서
조금은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아쉬운 정도가 아니라
답답해 미치고,
나를 닮아 그런 것이라 자책이 들고,
가끔은 아빠 친구를 길에서 만나면 먼산 바라보는 아이를 보며
인사는 왜 안 하냐며 다그치기까지 한다.
그래서 종종 아빠는 좋게 말해 대화로, 나쁘게 말해 세뇌시키듯이 자주 이런 이야기를 한다.
" 다른 사람들 앞에서 떨리고 부끄러운 건 아빠 엄마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우리 세연이도 아빠 엄마 앞에서는 부끄럼도 안 타고 씩씩하게 말하잖아.
다른 사람들이랑 있을 때 아빠 엄마가 옆에 있다고 생각해봐 그럼 더 씩씩해질 수 있을 거야 "
" 큰 목소리로 이렇게 얘기해봐. 친구들아 안녕! 선생님 안녕하세요!
작은 목소리로 말하면 친구들이 세연이를 못 보고 지나칠 수도 있어 "
아이는 무슨 소린지 알아 들었는지 아닌지
"응 알겠어 해볼게" 씩씩하게 대답하고는 또 몸을 베베 꼬고 목소리가 기어 들어간다.
그래도 가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아주 미세하지만 점점 나아진다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럴 때 과하다 싶을 정도로 호들갑스럽게 칭찬을 하고는
말로만 해도 뭔가 통하고 변화하긴 하는구나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자기 전에 엄마가 또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일 어린이집에 가서 친구들 만나면 이렇게 씩씩하게 얘기해봐
친구들아 안녕! 나 세연이야. 오늘 재미있게 놀자! 파이팅 "
잠결에 그런지, 뭘 알고 그러는지 아이의 대답이 걸작이다.
그건 엄마 스타일이지~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웠을까?
단숨에 그 말은 우리 집 최고 유행어가 되었다.
그랬다. '우리는 성격이 비슷하다. 그래서 아이만큼은 다르길 원한다'는 나의 착각이자 오판이었고,
아빠와 엄마와 딸은 이미 다른 스타일이었다.
이미 다른 스타일을 구축해가는 아이에게 스타일을 강요할 수 없고
어떤 반응이든 조심히 살피고 어떤 감정을 가지는지 대화하고 존중해주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