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4살쯤 되던 어느 날에 버스를 타고 무릎에 아이를 앉히고 가던 길이었다.
잠실에서 수서 가는 길은 차도 많고 사거리 신호도 참 많은 길이라
갔다 섰다 참 답답한 길목이다.
그중에 지하터널이 하나 있어 신호를 받지 않아도 빠르게 내려갔다 올라올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내려간다~~ 올라간다~~ 하며 별것도 아닌 것에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며
나도 아이가 된 듯 함께 신났었다.
문득 아이에게
지하터널은 왜 있는 걸까? 왜 지하로 버스가 다닐까?
이런 뉘앙스로 물어봤던 것 같다.
아이는 음~ 하더니 참 쉽게도 대답한다.
"빨리 가려고"
지하로 가는데 왜 빨리 가?
"음~ 꼬부랑 길이라 더 빨리 갈 수 있어"
그래 무릎 탁. 직선의 정의가 목적지에 도달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은
한편으로는 사실이지만 상황과 현실에 따라 꼬부랑 길이라도 더 빨리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내가 살아가며 만나는 장애물과 걸리적거리는 신호가 있더라도 무작정 직선으로 걷는 것도 있지만
조금 돌아간다 싶었는데 쉽고 빠르다고 느끼는 길이 있기도 하다.
그곳을 다시 지날 때마다 똑같은 질문을 해보지만
4살 아이들이 그렇듯, 정답을 내놓던 아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엉뚱한 대답을 하고 만다.
빨리 가려고 지하터널의 꼬부랑길로 간다는 대답은 4살 아이에게는 남아있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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