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겁이 많은 아이려니 했다.
음악의 힘인지 Let it go를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겨울왕국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고는 무섭다고 눈물을 흘리는 아이를 보고
그저 귀엽기만 했다.
이제 5살 초반, 겨울왕국 한편을 보는데
아빠 뒤로 숨는 것 몇 번, 눈물을 훔치는 것 몇 번, 귀 막고 눈 가리는 것 몇 번
무섭다는 아이에게 처음엔 그저 이건 그림일 뿐이야 텔레비전에서 나오지 않아!
라고 하며 위로 아닌 위로를 했더랬다.
그러고도 무섭다는 아이에게 결국 엘사, 안나가 잘 될 거라며, 한스 왕자는 나쁜 사람이었다며,
권선징악?이라는 5살 아이에게는 어려운 단어도 써가며 딴에는 설득을 해볼 참이었다.
하지만 아이의 눈에 비친 노래 부르는 엘사가 아닌 애니메이션 영화에서의 엘사는 어떤 모습일까?
유튜브에서 엘사가 노래하며 얼음성을 만드는 화려하고 짧은 영상을 보다가 영화를 보면
아이의 눈에서 엘사가 어떻게 보일까?
무섭게 나타나는 눈 괴물과 칼을 든 남자들만 무서운 게 아니었다.
마법을 부리는 것도, 악당을 무찌르는 것도, 심지어는 어린 안 나와 놀기 위해 눈을 뿌리는 것 마저 무섭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거 이거 생각보다 더 순수한데? 백치미 아닌 백지미가 있어
주인공이 악을 무찌르는 것을 누가 선하다고 했나?
순수한 아이의 눈에는
사람이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위협적인 모습으로 비친다.
착한 사람이 악당을 물리치는 프레임은 동화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쉽게 가르쳐진다.
엘사가
결국에는 이기니까 걱정마라고 했던 내가 아차 싶었다.
세상이 결국 강자와 약자, 상대적으로 악한자가 선한 자를 괴롭히고
가끔은 상대적으로 선한 자가 악한자를 무찌르는 현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아이의 눈높이에선 그런 대답을 하지 않는 편이 좋을 듯했다.
동화도 애니메이션 영화도 다 쉬이 넘길 이야기가 아니고,
잘 뜯어보면 아이의 눈높이에서 격정적이고 불안하고 어두운 모습을 가지고 있다.
오늘도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는 연습과 더불어 깨달음을 하나 더 얻은 것 같다.
손에 땀을 쥐고 눈을 가려가며 긴장해서 보던 아이는 어느새 피곤했는지 코 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