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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엄마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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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Dec 28. 2022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

뭐가 옳은 걸까

사회통념상 옳지 않은 것만 아니라면 아이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 아닐까?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면서 다양한 경험이 쌓이고 또래 간의 사회생활이 많아질수록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요구사항들이 터져 나왔다. “엄마~ 누구는 싱가포르 간대! 호주 간대! 뉴욕 간대!” 부러움 가득 실어 전달한 얘기에 자동으로 이어지는 질문은 “우리도 가면 안돼?”였다. ‘아니~ 누구 친구네 집도 아니고 할머니 할아버지 집도 아니고, 저리 쉽게 가자고 할 수 있는 곳인가?’ 아이의 투정 섞인 질문에 잠시 머리가 어질 했다.


하지만 어떤 의도를 갖고 꺼낸 말이라기 보단 순수하게 정말로 가고 싶어 물어보았다는 것을 알기에 처음에는 안 되는 여러 이유들에 대해 살뜰히 설명을 해줬었다. 누구나 하고 싶은 걸 다 하며 살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더군다나 해외여행은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등등…. 그럴 때마다 아이는 내가 말한 이유를 수긍하기보단 엄마의 변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했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나의 자격지심이 발동한 걸까? 속마음을 들여다본다. 거기에 아쉬움 가득 담긴 아이의 한숨이 더해지면 더 이상 아이와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져 버리고, 이미 삐딱선을 탄 내 마음은 결국 나의 입을 닫아 버리게 만든다.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운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혼자 자책하며 만족을 모르는 아이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주눅 들지 않게 하기 위해 웬만한 것들은 아이의 뜻을 따라 주었는데 그것이 소소한 것에 감사하며 만족할 수 있는 마음의 결핍을 불러온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높은 자존감으로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단단한 아이이길 바랐고, 주눅 들지 말라고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었던 건 자신이 갖지 못하는 것에 욕심부리지 말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며 베풀 줄 아는 아이가 되길 희망하는 마음에서였다. 물론 ‘나 때는 말이야~’를 꺼내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시대는 변했고 지금 나의 아이는 나와는 다른 상황에서 자라고 있으니.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하더라도 그 시대를 사는 건 ‘우리’다.


그러기에 아이가 좀 더 컸을 땐 나의 바람을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아이가 될 수 있도록 부모의 역할에 대해 나 자신을 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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