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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Dec 26. 2022

우선 반성 말고 각성

감정 언어 [각성하다]

사전적 의미: 깨어 정신을 차리다


아이들이 일상으로 복귀하면 나에게도 일상이 주어진다. 하지만 주말 동안 흐트러진 일상의 루틴 복귀는 좀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 먼저 아이들이 없는 집으로 돌아온 나는 “헤이~ 구글~~(구글 블루투스 스피커 사용 중)“을 시작으로 나만의 노동요를 플레이시킨다. 처음엔 나의 명령어를 제대로 캐치하지 못해 엉뚱한 노래를 틀어줘서 여러 번 재주문을 했었는데, 이젠 내 목소리를 제일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가끔 아이들도 이럼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이 있을 정도다.


그렇게 오롯이 나만의 하루일과가 시작된다. 아침 먹인 것들을 정리하며 주말 동안 아무리 치워도 티가 나지 않았던 집안일을 시작한다. 후다닥 한 시간 남짓 투자하여 만족할 수준으로 다 치운 집을 잠시 멍 때리며 보고 있노라면 뱃속에서 에너지를 넣으라는 신호가 요란하게 울려댄다. 밥을 먹는 날도 있고, 간단히 빵과 커피 한잔으로 허기를 때우는 날도 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는데 문제는, 여기 까지는 생각지 않고도 몸이 자동적으로 후다닥 해치우지만 나를 위해 하려고 했던 일들은 머릿속으로 떠올리기만 할 뿐 몸은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안다. 누구보다도 잘~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해야 할 일 목록에 들어 있지 않은 딴청을 실컷 피운다. 주말 동안엔 무슨 일이 있었나~ 뉴스들의 헤드라인 기사를 훑어보는 걸 시작으로 연예 뉴스 삼천포로 발도 담갔다가 슬쩍 슬쩍 쳐다본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숫자에 화들짝 놀라기를 반복한다. 컴으로 치면 로딩 시간인 걸까. 이것 역시 변명의 포장일 것이리라. 다그치는 누군가가 있는 것도 아닌데 혼자서 이렇게 심적 실랑이를 하다가, 신데렐라의 마감시간처럼 초조하게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을 맞이한다.


나에게 하는 변명을 제일 싫어하면서도 오늘 나의 로딩시간은, 굳이 나는 보지 않았어도 될 짱구 영화를 함께 보고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야 끝이 났다.

‘정신 차리자’를 주문으로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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