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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Jan 03. 2023

디테일하게 노려보는 중

서로서로

이제 공모 제출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까지 작업한 걸 처음부터 소리 내어 읽으면서 녹음을 해 보았습니다. 폰에 녹음된 낯간지럽고 어색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를 감내하며 이야기 흐름의 어색한 부분을 수정하고 다시 녹음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수정한 전체 이야기를 들어 보는데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이야기가 유유히 흘러 나갔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그림책을 원한 건가?라는 생각에 다시 원론적인 부분을 살펴보았습니다.


글과 그림이 1:1로 구성되어 있는 전통적인 그림책 형식과 글만 읽고는 내용을 알 수 없는 현대적인 그림책, 다시 말해 글과 그림이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상상력과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자연스럽게 플롯을 이루는 형식 중 내가 원했던 그림책의 형식은 무엇인지 시작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았습니다.


‘하아.. 놓쳤다. 아니 잊고 있었다.’ 이마를 탁!

작업 중인 그림책의 글과 그림을 따로 작업하고 있다 보니 저는 글에만 몰두했던 것 같습니다. 이 상태로라면 글만으로도 전체 이야기를 알 수 있고, 그림의 역할은 글 속 장면을 표현한 정도에 그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걸 원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이가 여섯 살 때 유치원의 같은 반 아이들 중 벌써 책을 읽을 수 있는 아이들이 있어서 ‘내 아이가 늦은 편인가?‘ 걱정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원장님이 나를 안심시키기 위한 말일 수도 있었겠지만 생각을 달리 할 수 있게 해 주셨던 말이 번뜩 생각이 났습니다. 생각을 더듬어…, 그 내용인 즉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글을 빨리 깨치면 오히려 책을 보면서 상상을 덜하게 돼요.”였습니다.


‘글이 상상력을 방해할 수 있다.’란 것을 다시 상기시키며, 그림책 안에서 글과 그림 각자의 존재 의미를 생각하며 서로가 핑퐁 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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